시민 홀대하는 수도사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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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이사를 해 수도 폐전 신청을 하기 위해 수도사업소에 갔다. 담당부서를 찾아가 폐전신청하러 왔다고 이야기했더니 담당 직원이 거드름을 피우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아, 정말 오늘 왜 이래. 폐전 신청만 벌써 몇 건이야. 거기 종이 있지.그거 작성해 가져와요. " 직원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는데 마침 신청서마저 동이 나고 없었다.

그 직원은 혼잣말로 "정말 오늘 일진 사납네"라고 했다. 그리고는 신청서를 복사해 내게 던져주면서 작성해 오라고 했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직원 어깨 너머로 보이는 '친절한 서비스 아름다운 미소'라고 쓰인 수도사업소 표어였다. 용무를 마치고 수도사업소를 나오다 보니 민원실 앞에 상자가 놓여 있었다. 민원인이 공을 넣어 서비스에 대한 만족·불만족을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불만족을 표시하는 상자에 공을 넣으면서 그 직원이 민원인에게 좀더 친절했더라면 나도 그 직원도 그 날 하루가 그렇게 불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영·서울 양천구 신정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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