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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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 처의 고향은 가지 못하는 땅

함흥하고도 성천강 물맞이 계곡

낙향하여 몇해라도 살아보재도

내 처의 고향은 닿지 못하는 땅

그곳은 청진으로 해삼위로 갈 수가 있어

싸구려 소주를 마시는 주막이 거기 있었다

솔개가 치운 허공에 얼어붙은 채

북으로 더 북으로 뻗치는 산맥을 염원하던 땅

단고기를 듬성 썰던 통나무 도마가 거기 있었다

-정철훈(1959∼)'북방' 부분

북쪽에 고향을 둔 아내와 함께 '나'는 남쪽에서 살고 있다. 이를테면 남남북녀를 실현한 가족이니, 자못 이상적이라고 주위의 부러움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의 아픔과 슬픔은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가 실감할 수 있겠는가. 남북분단 반세기가 지나 북쪽의 산하와 인정이 기억 속에서 아득히 멀어져 가고, 북방의 정서가 이국정취처럼 느껴지는 이러한 시도 점점 드물어진다.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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