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선물 스스로 돈 모아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엄마, 나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 받지 못했어."

얼마 전 큰 아이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니, 너만?"

"나 말고도 몇 명 있어. 그런데 초대 받은 애들이 너무 너무 재미있었대. 생일파티 해 주는 아저씨들이 와서 게임도 하고 그랬대. 그날 초대 받은 친구들은 똑 같은 비싼 필통을 모두 가지고 있어."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우리 아이는 왜 초대 받지 못했을까, 혹시 내가 맞벌이라 애한테 소홀해서 그런걸까?'라며 속이 상하기도 하지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뜻하지 않는 일들에 마음이 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기분이 더 상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을 잘 설명해 주면서 마음을 달래줘야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 생일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 어린이 74.2%가 최근 1년간 생일파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생일파티 장소로는 집이 67.1%로 가장 많고 패스트푸드점이 27.8%로 나타났습니다.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 받아 갈 경우 92.6%가 생일선물을 하지요. 평균 선물비는 4천원으로 학용품을 가장 많이 선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실 어린이의 일주일 평균 용돈이 3천8백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물값 4천원은 결코 적지 않은 돈입니다. 아이들이 생일을 맞이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표시로 주고받는 선물은 친구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요. 다시 한번 즐거웠던 생일날의 의미를 기억나게도 합니다. 하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선물은 상대방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엄마가 선물을 대신 준비해 주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돈을 모아서 자기 형편에 맞게 선물할 수 있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친구 생일에는 반드시 선물을 사 줘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기가 사용했던 물건이라도 평소에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던 것이라면 선물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생일 파티 문화는 어른들의 과시 소비와 닮은 꼴입니다. 우리 아이의 소비·경제 교육은 특별히 가르치는 게 아니라 평소 부모의 소비 생활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인숙·한국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