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읽으며 저절로 性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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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아빠, 아기씨가 뭐야?"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져온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 등에서 성교육을 받은 뒤 잘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엄마·아빠에게 물어와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도 없는 부모들이 아무런 자료 없이 말로 설명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얼버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 어린이를 위한 성교육 책을 활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너는 이렇게 태어났단다=생명의 비밀에 대해 궁금해 하는 3∼5세 유아에게는 『내 동생이 태어났어』(비룡소 출간)라는 동화책이 적당하다. "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 엄마 아빠는 어떻게 아기를 만들지?" 등 아이들의 궁금증을 단계별로 풀어준다.

『아가야, 안녕?』(사계절)은 출산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동화책이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출산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기에 적합하다. 5∼7세 유아에게는 개월수 별로 아기가 자라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설명한 『쉿!엄마 뱃속에 동생이 들었어요』(대원 쥬니어)가 좋다. 그 보다 호기심이 큰 아이들에게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임신·출산 과정을 그린 『엄마가 알을 낳았대』(보림)가 권장할 만하다. 동화 처음에는 '알에서 태어났다', '화분에 심어서 물을 주니 자라났다' 등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둘러댈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뒷부분에서는 반대로 아이들이 부모에게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가르쳐주는 등 이야기 구성이 재밌다.

◇남자 VS 여자=남자 아이가 앉아서 쉬를 하려 한다거나 여자 아이가 서서 오줌을 누려고 고집을 피운다면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줄 시기가 된 것이다. 아빠와 엄마가 왜 다른지,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는 유아에게는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비룡소)를 읽어준다. 그림도 따뜻하고 예쁘다. 사춘기를 앞두고 있는 초등학생이라면 남녀의 차이, 사랑에 대해 다룬 『너랑 나랑 뭐가 다르지』(비룡소)도 추천할 만하다. 다만 그림이 적나라한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

◇세상엔 나쁜 사람들도 있단다=힘 없는 유아·어린이들은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기 싶다. 그 만큼 성폭력 예방 교육도 중요하다. 자신의 몸은 소중한 것이며 신체적 접촉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본격적으로 성폭력 예방을 다룬 책은 『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문학동네)가 거의 유일하다.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성폭력 상황별로 초등학생의 수준에 맞게 설명을 했다. 유아에게는 『소중한 나의 몸』(비룡소)이 성폭력 예방의 개념을 투박하게나마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너도 어른이 되어가는구나=부쩍 빨라진 사춘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것도 성장 과정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다. 『쉿!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웅진닷컴)는 남자와 여자로 일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만남·사랑·이별 등 인생을 통찰력 있게 그린 그림책이다. 사춘기 즈음의 남·녀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듯하다.

사춘기를 앞둔 여자 아이에게는 『초경 파티』(또 하나의 문화)를 읽어준다. 초경이 언제쯤 시작될 것인지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다. 월경의 원리, 초경을 잘 맞이하는 방법, 패드의 종류와 처리법, 생리통 해결방법 등 사춘기의 여자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 지식을 재미있게 정리했다.중·고등학생은 물론 어른도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나, 열세살 여자』(파란자전거)는 양성 평등·이성 교제·결혼·성폭력·성 매매 등 여자 어린이가 성장하면서 고민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글=이경희·사진=박종근 기자

dungle@joongang.co.kr

◇도서 추천 및 도움말=내일여성센터 김영란 성상담소장·미디어칸 성문화센터 배정원 실장·중앙일보 주부통신원 최원형·아이북랜드

동화로 성교육 할 때 주의점

▶부모와 함께 읽어요=성교육 그림책은 반드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한다. 다소 야해 보이는 장면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혼자서 읽다 보면 그림에만 빠져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잘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이렇게 골라요=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정도를 넘어 지나친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을 보여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연령별 추천 도서를 참고하되 아이들의 발달 속도에 맞게 부모가 선택한다.

▶이렇게 읽어줘요=책을 읽어주면서 부모가 얼굴을 붉히는 등의 태도를 보이면 아이도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부모가 우선 성교육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책을 읽어주기 전에 부모가 먼저 여러 번 읽어서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돌발적인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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