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단일화 담판 짓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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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결국 후보 간의 '무릎 담판'으로 귀결되게 됐다.

"덜렁 만나 그냥 헤어지고 뒤에서 욕하는 회담은 안된다"며 조기 회동에 소극적이던 盧후보 측이 14일 밤 이해찬(李海瓚)협상단장 등이 참여한 핵심 측근 대책회의에서 전격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한 때문이다.

회동 시기는 15~16일께가 유력하다. 대책회의에서는 조기 회동론과 반대론이 맞서다 일단 만나자는 쪽으로 어렵게 결론이 났다고 한다.

두 후보의 대리인격인 민주당의 신계륜(申溪輪)후보비서실장, 통합21의 민창기(閔昌基)유세본부장 간의 이날 오전 회동에서도 대략적인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한다.

단일화가 파국을 맞더라도 두 후보가 만나면 정치적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지만, 불발 시엔 만남을 거절하는 쪽에서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만나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盧후보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이번 주말이 협상 시한 이었다"며 "협상을 질질 끄느니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일단 만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협상의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결렬에 대비한 명분 쌓기 쪽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문제는 盧·鄭후보 측이 본질적 이견에 대해 서로 얼마나 접근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무엇보다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과 대의원을 섞은 여론조사를 할 거냐, 국민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할 거냐'라는 가장 큰 쟁점에 대해선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더라도 절충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합21 일각에선 국민과 대의원 비율을 7대3으로 하거나, 8대2로 해 국민 비율을 다소 높이는 절충형 여론조사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盧후보 측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협상 대상이 아닌 원칙의 문제"라고 고개를 젓고 있다. 두 사람이 회동에 합의했다는 것이 단일화 자체를 보장하진 못한다는 '회의론'이 아직 우세한 것도 이런 이유다. 두 후보의 회동 분위기가 무르익는 과정에서도 양 진영은 치열한 외곽 신경전을 계속했다.

통합21 김민석(金民錫)선대위 총본부장은 전략회의에서 "국민경선을 도입한 조세형(趙世衡)당시 민주당 쇄신특위 위원장도 정당의 후보는 당원들이 뽑는 게 원칙이라고 고집했다"며 대의원도 여론조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김민석씨는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때 '당 쇄신특위 간사로 국민이 함께 참여하고 당의 민주화에 기여한 국민경선제를 만들었다'고 자랑했다"고 꼬집었다.

강민석·박신홍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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