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임금 月50弗선 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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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개성공단이 다음달 착공될 예정이지만 남한 기업인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신의주 특별행정구보다 관심이 더 많지만, 분양가·임금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수지 타산을 따져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재 북한과 위탁 가공무역을 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돈을 벌었다는 기업이 거의 없어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개성공단에 투자하기 앞서 중국·동남아의 사례를 참고로 몇가지 선결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질높은 노동자 원활한 채용=개성공단에 관심 있는 기업들은 북한 노동자의 채용·해고를 기업주가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중국처럼 기업주가 북한 현지에서 필요한 노동자를 마음대로 채용·해고할 수 있어야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요구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위탁 가공무역 방식으로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노동자를 채용해야 하면 인력관리에 문제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만간 발표될 개성공업지구법에는 기존 방식대로 북한에서 제공하는 인력을 채용·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동남아보다 저렴한 임금=개성공단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임금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으로 중국·동남아로의 이전이 빨라지는 섬유·의류·신발·전자조립업 등의 진출이 유력시된다.

하지만 이들 지역보다 북한의 임금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남한 기업들은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남한 기업인들은 월 50달러(성과급 별도)정도를 생각하고 있으며 이보다 높은 임금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 제조업체인 우진세렉스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임금이 최대의 관심거리이며 중국·동남아보다 저렴한 임금과 원자재 제공이 보장된다면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사분규 방지대책 마련=개성공단의 노사 분규는 자칫 정치문제로 비약할 수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 당국의 지시대로 행동하므로 노사 분규가 발생하면 기업주와 노동자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당국자가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인들은 2000년 경수로 발전소 건설 사업장처럼 북한 노동자들이 갑자기 일터를 떠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신전기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참여할 의사는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과 접촉한 경험이 없어 노사분규에 대한 당국 간의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양에 앞서 자유로운 출입=남한 기업인 가운데 평양을 방문한 사람은 꽤 있지만 개성을 방문한 사람은 드물다. 방문 목적이 개성과 관련이 없으면 현지 안내원에게 사정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에 개성공단이 착공되면 남한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보장돼야 하는데,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사다.

LG상사 이종근(李鐘根)부장은 "남북 당국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사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른 시일 내 개성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상담 역할과 자유로운 출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수석·정용수 기자

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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