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로 직원-고객 사로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7면

'음악을 읽어주는 남자'. CJ그룹(옛 제일제당) 공연기획 담당 한상범(30·사진)씨를 직원들이 부르는 말이다. CJ그룹이 지원하는 문화예술단체 공연을 기획하고 임직원들에게 문화 마인드를 접목시키는 것이 그의 일이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공연 기획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자리가 더욱 돋보인다. 올해 韓씨가 진행한 공연은 문화 소외지역 나눔운동의 일환으로 개최한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도서관 음악회, 해군사관학교 연주회, 대구청소년 교향악단 연주회와 객석 10% 나눔운동의 일환인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페스티벌, CJ가족음악회 등 모두 18회다. CJ그룹의 주 고객층은 여성과 주부, 그리고 젊은 소비자다. 그는 소비자들의 감성에 마케팅을 접목하는 일을 하고 있다. 韓씨는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CJ 임직원들이 먼저 감성으로, 문화로 무장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봄 CJ가족음악회를 열면서 클래식 연주회라는 무거운 느낌을 지우기 위해 영화 속의 클래식 음악으로 컨셉을 정했다. 연주와 함께 배경이 되는 영화를 함께 상영했다.

"아빠가 CJ에 다니니까 너무 좋다, 금난새씨도 볼 수 있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가족음악회가 끝난 뒤 동료가 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기뻤다. 객석 10% 나눔운동도 그에겐 소중한 업무다. 객석10% 나눔운동은 경제적인 이유로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장애우들을 위해 CJ그룹에서 지원하는 모든 문화공연에 객석의 10%를 장애우들을 위해 준비하는 운동이다.

그는 "공연장 로비나 객석에서 만난 장애우들의 환한 표정에서 이 운동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영국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어둡고 조용하기만 하던 런던 시내가 저녁이 면 뮤지컬 공연으로 인해 갑자기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널따란 하이드 파크가 순식간에 메워지고, 문화의 매력에 이끌려 사람들이 운집한 것을 보고 공연이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해 준다는 것을 느꼈다. 한양대 음대를 졸업한 그는 99년 이탈리아 문화연구원 공연부와 한국전력 아츠풀센터 공연기획실장 등을 거쳐 올해 초 CJ그룹에 입사했다.

김동섭 기자

don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