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아닌 삶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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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H투자금융회사 朴모(29)씨는 이른바 '대머리' 직장인이다. 얼굴은 동안(童顔)이지만 머리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를 40대로 착각한다. 그러나 최근 朴씨의 머리숱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6개월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외국계 모발관리업체에서 받은 치료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朴씨는 "동료들이 내 머리를 보고 '朴부장','朴사장'하며 부를 때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그러나 조금씩 머리숱이 늘자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S건설회사 沈모(32)대리 별명은 '점박이'였다. 얼굴 곳곳에 있는 점과 주근깨 때문에 붙여졌다. 沈대리는 지난 여름 휴가를 성형외과에서 보냈다. 50여개에 이르던 점을 레이저 시술을 통해 모두 뺀 것이다.

沈대리는 "점을 빼면 복(福)이 달아난다고 부모님이 만류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주변 사람들의 수근거림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밝혔다. C인터넷업체 康모(27·여)씨는 지난 봄 쌍꺼풀 수술을 받은 뒤 오히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이른바 쌍꺼풀을 수술한 것이 눈에 띄게 드러난 것. 사람들은 자기를 볼 때마다 눈만 보는 걸로 생각했고,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성형수술 받으려면 비싸더라도 좋은 곳에 가야지"라는 말을 듣곤 충격이 더했다. 康씨는 "입사 전 수술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돈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사주팔자를 바꿔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李모(27·여)씨는 피부과를 찾아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성공선을 늘였다. 레이저로 손바닥의 손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

李씨는 "그동안 몇차례 시험에 낙방해 점을 보았더니 운명선이 너무 짧아 시험 운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새 사업을 준비 중인 윤모(33)씨는 자신의 이마의 점이 복을 달아나게 하는 팔자라며 점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CNP차앤박피부과 차미경 원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외적 성공만을 지향하는 사회적 풍토가 이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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