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보다는 수익 우선 전략적 2위 굳힐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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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탄탄하게 수익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윤병철(65·사진) 회장은 10일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합병과 정부의 조흥은행 지분매각 방침 등 최근 금융권의 대형화 움직임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尹회장은 "자산규모를 올해 말까지 1백13조원으로 키우고, 시장에서 수익 기반을 다져 '전략적 2위'를 굳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은 추가 합병보다 수익을 올리는 데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좋은 은행이란 평가를 받고 나면 많은 고객이 믿고 이용해 은행 몸집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라며 "하나은행도 처음부터 외형만 키우려 했다면 역사가 오래된 서울은행을 합병할 정도의 우량 은행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시기를 당초 예정한 내년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기기로 했다는 얘기가 최근 금융권에서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해 尹회장은 "정부로부터 아직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 방침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증시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고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의 주식은 상대적으로 더 낮게 평가돼 있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지금은 민영화의 적기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그러나 "공적자금은 정부가 투자하고 싶어 한 것이 아니라 위기에 빠진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방편적으로 투입한 것이므로 언젠가는 회수해야 한다"고 밝혀 단계적 민영화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尹회장은 한국투자금융 사장이던 1992년 한국투자금융을 시중은행(하나은행)으로 전환시켰다. 보람은행·충청은행과의 합병을 거쳐 지난해 3월까지 하나은행 회장을 지낸 뒤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에 취임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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