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열번째 정상 김응룡 감독 '우승 특허' 승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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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덩치에 어울리는 '코끼리'란 별명을 가졌지만 그에게 맛있는 비스켓을 던져주는 관객은 드물다.

한 마디로 '인기감독'이 아니다. 오히려 "야구를 비인간적으로 만든다"는 비난도 있다. 그의 주위에는 사람이 드물다. '고독한 1인자'이기 때문이다. 아니, '1인자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는 주위의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만의 야구철학을 고집했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그 이름 김응룡(61). 한국프로야구 21년 역사동안 스무번의 한국시리즈가 벌어졌고 그 가운데 열번을 그가 이끄는 팀이 정상에 올랐다.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금자탑이다.

한국 야구가 1977년 니카라과 수퍼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국제대회 정상에 오를 때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최초로 동메달을 딸 때도, '왕조'로 불렸던 해태시절은 물론 삼성에 '한(恨)'을 풀어주며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주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도 벤치에는 김응룡이 주인이었다. 그가 '최고의 승부사'임을 알게 해주는 업적이다.

'양김(兩金)의 전쟁'으로 불렸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그는 LG 김성근(60)감독과 치열한 벤치 싸움을 벌였다.

60년대 실업야구 시절 김응룡은 대표적인 홈런타자로, 김성근은 실업야구를 풍미했던 왼손투수였기에 둘의 대결은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응룡 감독은 차갑게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강해지기 위해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그는 주위의 시선 따위는 냉정히 외면했다.

자신의 유일한 실패였던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그동안 너무 부담스러웠다. 정상에 오르고 나니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우승한 것만큼 기쁘다. 4점차로 뒤진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모두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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