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전 2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장편소설 황보석 옮김, 문학동네, 각 7천5백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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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라틴 문학의 기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1936∼)의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마리오가 이혼 경력이 있는 열네살 연상의 친척 아주머니와 결혼하기까지가 하나라면, 한 천재적 방송작가가 써내는 라디오 연속극이 또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소설은 시작부터 독자들의 눈길을 빨아들인다. 밤새 위스키를 '작살내고' 홍합 찌개로 속을 달래는 페루 사람들의 숙취 해소법을 비롯해 한국인들의 정서와 친연성이 느껴지는 페루의 풍속과 정서가 작가의 코믹한 문체로 그려진다. 내면 탐구에 골몰했던 서구 문학계가 라틴 문학에 열광하게 된 배경이 작품에 그려지는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에게 있었듯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한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한다.

삼촌의 처제인 훌리아 아주머니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이 눈치 못채는 이 마을 저 마을을 헤매고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삼촌에게 뒤를 밟혀 전전긍긍해하는 일 등은 긴장과 스릴이 넘친다.

특히 불가능한 사랑, 사랑의 고통 운운하며 자해하는 인물이 아니라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유머와 위트로 그 상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인물형에서 작가의 건강한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또 주인공이 일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에 등장하는 천재적 방송 작가도 웃음을 거둘 수 없게 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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