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적 범죄 스릴러물 긴장감·반전 기대할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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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프레일티

잔다르크는 성녀일까, 광인일까? 영화사적으로 이 질문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무성영화에서 최근 뤽 베송 감독의 작품까지 많은 영화가 같은 의문을 던졌다.

'프레일티'는 같은 주제를 능숙하게 변주한다. 주인공은 신의 목소리를 대신한 존재였을까, 혹은 자기최면에 사로잡힌 광인(狂人)이었을까. 이 영화는 배우 출신 빌 팩스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감독이 배우로 출연도 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놀랍고 비범한 데뷔작'이란 평을 들었다.

영화는 컬트적인 기운이 역력하다. "우린 계시를 받은 거다. 절대자께서 악마를 벌하라고 명하셨어." 그리고, 엽기적인 가족이 등장한다. 어느날 아버지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노라고 말한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엔 기이한 풍경 속에 도끼가 놓여있다. 이후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동반한 채 납치극을 벌인다. 사람들을 납치해선 도끼를 휘두르는 것이다. 그리곤 뇌까린다. "이건 악마였다." 믿기 힘들 정도로 초현실적인 범죄 스릴러다.

'프레일티'는 스릴러 영화의 문법에 충실하다. 특정 인물의 내레이션을 빌려 영화가 전개된다. 자신을 펜튼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다. 그는 동생이, 그리고 아버지가 살인마였다고 밝힌다. 영화는 펜튼이 한 FBI 요원을 시체가 묻힌 장소로 안내하면서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구성으로 사람을 끈다.

그의 말대로 형제는 지나치게 용감했다. 아버지가 살인극을 일삼고, 돌아다니면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주로 아이들의 몫이었으니까. 영화를 보는 이는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기 힘들다. 이 긴장감은 카메라가 중반까지 철저하게 객관적 시점을 유지하는 데서 비롯된다.

후반 이후부터 '프레일티'는 특정 인물의 시점을 강조하는데, 예상대로 반전의 힘이 막강하다. 최근 나온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괜찮은 스릴러 영화이자 가족에 관한 기억할 만한 소품으로 꼽을 만하다. 소설가 스티븐 킹이 극찬한 작품. 원제 Frailty. 출연 매튜 매커너히. 2001년작.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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