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분쉬의학상에 서울대 최병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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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간암에 관한 한 국내 의료수준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7일 올해 분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서울대 의대 최병인(崔炳寅·52·진단방사선과)교수는 간암 진단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학자다.

그동안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만 1백60여편에 달한다. 논문의 대부분은 파워 도플러와 하모닉 초음파, 나선형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첨단 진단 장비를 이용해 간암을 조기 발견하는 연구에 관한 것이다.

흔히 간암이라면 간 이식 수술이나 색전술 등 치료만 연상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연구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崔교수는 "간암을 연구하는 데 한국인이란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간암이 한국인에게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많다보니 자연히 복잡하고 다양한 사례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崔교수는 파워 도플러 등을 이용해 간암이 생기기 직전 단계의 혹인 이형성(異形性)결절까지 찾아내는 기법을 처음으로 고안하는 등 독창적인 간암 진단법을 개발했다. 그는 최근 미국복부영상전문학술지의 편집인으로 선임됐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이다.

그는 "다(多)검출기가 장착된 나선형 CT와 고해상도 급속 자기공명 단층 촬영장치(MRI) 등을 이용해 간암은 물론 췌장암 등 복부의 소화기관에 생기는 암을 좀더 빨리 찾아내는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의학회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수여하는 분쉬의학상은 구한말 고종의 시의였던 리하르트 분쉬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됐다.

매년 학술 발전에 공헌한 의료인에게 주며, 국내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6시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룸에서 열린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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