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황제의 쇠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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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때 '코스닥 황제주'로 불리며 테헤란밸리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으로 주목받던 새롬기술이 내부 경영권 분쟁과 분식회계 의혹에 따른 검찰 조사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창업주인 오상수 사장이 다음주 중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차원에서 테헤란밸리(삼성동 아셈타워)를 떠나 사무실을 구의동 테크노마트로 옮긴다.

업계는 새롬기술 사태가 안그래도 위축된 벤처업계에 자칫 또 다른 악재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새롬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7월 자회사인 새롬벤처투자의 홍기태 사장이 새롬기술의 주식을 집중 매입하면서 표면화했다. 洪사장은 불과 1달여 만에 11.79%의 지분을 확보, 吳사장(친인척 포함 10.3%)을 제치고 1대 주주가 됐다.

洪사장 측은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吳사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吳사장 측은 "洪사장은 회사의 현금자산 1천7백억원을 노리고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번 검찰 조사도 洪사장과 吳사장에 줄을 댄 전·현직 직원들이 세력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터져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吳사장 측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겠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경영권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 吳사장과 몇몇 임원들의 해임 안건이 올라 있어 이날 경영권 분쟁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전망이다.

새롬의 경영상태도 문제다. 주력인 인터넷전화는 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출혈경쟁에다 KT·하나로통신 등이 잇따라 정액요금제를 도입해 새롬의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국제전화 시장에서도 과당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관련, 새롬 측은 "그동안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새로운 사업모델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며 안정적인 경영권이 확보되는 대로 신규 사업 비전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삼성증권 박종민 연구원은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이 전혀 없는 데다 구조조정에는 관심이 없고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어 현재 기업분석 대상 기업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강록희 연구원은 "인터넷산업은 선점효과가 중요한 만큼 지금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영원한 낙오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하재식 기자

choi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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