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고 깔보지마, 친척을 알아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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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새들이 친척을 알아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괴테보리대학 말티 안데르손(동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몇몇 도요새 무리의 짝짓기를 관찰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컷이나 암컷이 바람을 피우는 경우를 집중 조사했다.

연구진은 도요새 부부들의 DNA 조사를 통해 DNA가 비슷한 부부,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친척관계인데 부부로 맺어진 새들이 주로 바람을 핀다는 것을 알아냈다.

새들은 특히 바람을 피는 상대로는 친척이라고 할 수 없거나, 최소한 자신의 배우자보다 훨씬 먼 친척관계에 있는 새들을 택했다. 이는 가까운 친척끼리 짝짓기를 할 경우 열성 유전자를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혈연관계가 없는 짝을 찾아 우수한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분석된다.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게재됐다.

새들이 친척을 알아본다는 연구는 종전에도 네이처에 발표됐다. 영국 뉴캐슬대 매리언 패트리 교수 등이 연구했다.

당시는 공작이 관찰 대상이었다. 공작은 수컷들이 무리 지어 꼬리 날개를 활짝 펼치고는 암컷들을 유혹하는데, 무리의 DNA를 조사해보니 형제·사촌쯤의 가까운 친척들이었다.

연구팀은 또 공작의 알을 몇개 다른 데서 부화시켜 키워봤다. 공작들이 함께 살면서 형제 사이임을 익힐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런데도 떨어져 자란 형제들이 서로 혈육임을 용케 알고 짝짓기 무리를 지을 때 서로 옆에 바짝 붙어서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도 공작이 핏줄을 어떻게 알아보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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