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재즈로 佛經 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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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재즈 선율에 맞춰 불교 경전을 노래하는 도올을 만날 수 있을까.

EBS에서 '도올, 인도를 만나다'(목·금요일 밤 10시)란 제목으로 불교 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사진)가 이색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불교와 재즈의 결합, 즉 불교 철학에 현대 음악의 상징인 재즈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올은 지난 4일 '도올…'을 녹화하던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원시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숫타니파타'(Sutta-nipata)에 재즈 곡조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유규오 담당 PD는 "오는 29일 종방 때 이 음악들이 전파를 타게 될 것"이라며 "발상이 자유로운 도올이 아니라면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운 시도"라고 말했다.

작업은 도올과 서울 재즈아카데미(원장 김홍탁)가 공동으로 하고 있다. 도올이 '숫타니파타'를 번역해 만든 가사를 이미 넘겼으며, 서울 재즈아카데미 측이 여기에 곡을 붙이고 있다. 모두 6∼7곡이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방송을 통해서는 2∼3곡 정도가 소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도올은 "내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부터 공부는 취미로 하고, 예술을 해야지…"라는 농담도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재즈아카데미 측은 곡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내레이션으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홍탁 원장은 "20명으로 구성된 퍼커션(Percussion·드럼·심벌즈 등의 타악기를 총칭)팀의 연주는 사찰의 목탁 소리를 연상시킨다"며 "재즈와 불교 정신의 완벽한 하모니가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올이 하필 재즈를 택한 것은 록 같은 장르와 달리 재즈와 불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 재즈는 서양 음악이지만 인간 본연의 자유로움에 대한 추구가 불교적 모티브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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