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보험료 인상, 1.9%냐 3.8%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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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다음 달 초 자동차보험료가 일제히 오른다. 삼성화재가 3.1%(기본보험료 기준) 인상을 발표한 데 이어 다른 손해보험사도 인상안을 정했다. 현대해상 2.9%, 동부화재 3.2%, 롯데손보 3% 등 인상률은 대체로 3%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정비요금이 올라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앞서 국토해양부는 자동차 정비요금(시간당 공임)을 2만1553~2만4252원으로 인상했다. 2008년 평균 공임(1만9686원)보다 1867~4566원 올랐다. 보험개발원은 이로 인한 자동차보험료 상승요인이 3.8%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런데 이를 두고 다른 말이 나온다. 정비요금 때문에 생기는 보험료 인상요인은 1.87%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정비요금 조정안을 발표한 국토부의 분석이다. 자동차검사정비조합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1.87%와 3.8%, 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양측의 셈법이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생길까. 소비자들은 명확한 계산 기준을 알지 못해 보험사들이 물리는 대로 보험료를 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보험료 인상요인이 얼마인지는 보험사와 정비업체가 계약하는 정비요금이 얼마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 국토부는 최하단(2만1553원) 가격으로 대부분이 계약을 맺을 걸로 본다. 2005년 정비요금이 인상됐을 때 정비업체 90% 이상이 범위 중 가장 낮은 요금으로 계약했다는 게 그 근거다. 이 가격과 2008년 평균 요금(1만9686원)의 차이를 감안해 나온 보험료 인상률이 1.87%다.

정비조합도 같은 생각이다. 정비조합연합회 전대진 기획실장은 “순수 정비요금 인상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분은 2% 이내”라며 “3% 인상이 모두 공임 때문이라는 건 보험사의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정비조합 박병수 국장은 “현재까지 계약이 이뤄진 정비업체의 평균 요금은 2만1700원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해보험사의 주장은 다르다. 정비업체별 등급에 따라 정비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평균 내면 요금범위의 중간치(2만2903원) 정도 될 거란 주장이다. 이 중간 요금으로 계산한 보험료 인상분이 3.8%다. 손해보험협회 서영종 팀장은 “이미 2만원이 넘는 요금을 받는 정비업체는 최고가로 갱신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저가로 계약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까진 양측 주장 중 어느 쪽이 맞고 틀리는지 단정하긴 이르다.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줄다리기로 계약 체결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계약 체결률은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정비조합은 “보험사가 일부러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익명을 원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비조합이 각 업체들에 ‘최고가(2만4252원)로 보험료를 청구하라’고 독려하는 등 담합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일단 실제 계약한 정비요금이 아닌 목표요금을 기준으로 보험료 인상률을 정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실제 지급되는 정비요금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집계해 평균 인상폭을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험사와 업체 간 계약 체결이 늦어져 통계치가 나오는 데는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그전까지는 정비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이로 인한 보험료 인상요인이 얼마인지 소비자들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보험료는 다음 달 초부터 오른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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