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검사 피의자 호흡곤란 세차례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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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검 감찰부가 숨진 피의자 趙모(30)씨를 직접 구타하지 않은 홍경령 검사를 구속한 것은 이번 사건이 洪검사와 수사관들이 공모한 범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趙씨 사망이 수사관들의 우발적인 구타가 아닌 '어떻게든 자백을 받아내자'는 잘못된 수사 관행에서 빚어진 사고임을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趙씨를 구타한 수사관들에게서 "洪검사의 지시에 따라 趙씨 등 피의자를 구타했다"는 직접적인 진술을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洪검사와 수사관들 사이에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자백을 받아내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관들을 상대로 洪검사가 구타 행위와 관련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를 보강 조사하고 있다.

◇"서울지검 발표는 허위"=수사 결과 趙씨 사망과 관련한 서울지검의 경위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趙씨가 사망한 다음날 서울지검은 "지난달 26일 낮 12시쯤 점심을 먹이기 위해 새벽까지 조사받다 잠든 趙씨를 깨웠으나 그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검 조사 결과 趙씨는 당일 오전 8시까지 조사받으면서 이미 호흡곤란 상태를 보였으며, 이를 보고받은 洪검사는 세 차례나 趙씨 상태를 확인하고도 병원 이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서울지검은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강력부 수사관 3명이 趙씨를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조사실 내에서 趙씨의 자해 기도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대검은 "자해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부는 서울지검이 초기 보고를 허위로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키로 했다.

◇영장실질심사·가족 표정=6일 새벽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귀가했던 洪검사는 이날 오후 2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양복 차림의 洪검사는 연일 계속된 조사 탓인지 피곤해 보였으며 굳은 표정이었다. 洪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洪검사의 변호인은 "사망 피의자의 유족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하다. 그러나 검사가 수사관에게 피의자를 때려서 숨지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은 이상 趙씨의 사망 책임까지 묻는 것은 법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시간 동안 진행된 실질심사에서 洪검사는 도의적인 책임은 인정했지만 혐의 내용은 부인했다. 洪검사는 "숨진 趙씨가 조사 과정에서 계속 복통을 호소했지만 술을 많이 마셔서 아픈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불참했다. 구속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검사가 참석하던 관행을 깬 것이다.

김원배·전진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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