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타자 조급한 승부욕 삼성 마운드 도와준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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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참는 자가 이긴다. "

3차전의 화두는 '누가 참느냐'였다. 양팀의 선발 최원호(LG)와 전병호(삼성)는 모두 정면승부로 상대를 윽박지를 위력이 없는, 유인구로 범타를 유도하는 스타일의 투수다. 그래서 양팀 타선이 얼마나 참을성 있게 상대 투수의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을 골라내느냐가 승부의 열쇠였다. 그리고 두 팀의 차이는 1회초와 1회말, 양팀의 3번타자 타석 때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은 1회초 1사 2루에서 이승엽이 최원호의 유인구에 참을성 있게 버텨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승엽은 3구째 홈런성 파울을 때려냈지만 이후 유인구로 일관하는 최원호에게 말려들지 않았다. 결국 이승엽의 볼넷으로 주자가 모였고 4점이라는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LG의 1회말 반격, 1사 1루의 찬스에서 3번 박용택은 흔들리는 삼성 선발 전병호를 도와주고 말았다. 박용택은 볼 두개를 잘 골라냈으나 3구째 볼에 헛스윙을 했다. 그리고 계속된 볼카운트 1-3에서도 낮은 공에 손을 대 2루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전병호가 초반 긴장해 흔들리는 상태여서 볼을 골라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며, 타순이 4, 5번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박용택의 조급한 승부는 두고두고 아쉬웠다. 더구나 삼성 불펜에서는 일찌감치 오른손 배영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박용택의 승부 하나가 초반 반격의 기회를 놓치게 한 것은 물론 배영수를 일찍 끌어내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킨 것이다.

이승엽은 참았고 박용택은 참지 못하고 서둘렀다. 그 차이가 3차전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더구나 그 미세한 차이는 전병호를 4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게 만듦으로써 삼성에 시리즈 전체 마운드 운용에도 여유를 가져다 줬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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