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 2002한국시리즈>전병호 "잠실은 따뜻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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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고요의 바다였다.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6일 잠실구장은 대학 수학능력시험 때문에 예정보다 10분 늦게 시작했다. 수험생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오후 6시10분까지 응원단의 스피커 사용도 자제됐다.

3만5백석의 좌석을 모두 메운 야구 팬들은 주심의 '플레이볼' 신호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침묵은 다가올 태풍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침묵 끝에 시작한 삼성의 1회초 공격은 강렬했다. 9명의 타자가 나서 4안타, 2사사구를 묶어 4점을 뽑아내며 무려 25분간 이어졌다.

'깜짝 선발' 전병호(사진) 역시 LG의 좌타 라인을 꽁꽁 묶어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잠실 3차전에서 6-0으로 승리, 2승1패로 한걸음 앞서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두 팀이 1승1패(1무승부 포함)로 균형을 이룬 아홉번 중 여덟번은 2승째를 먼저 거둔 팀이 최종 챔피언에 올랐기 때문이다.

2차전에서 무력했던 삼성 타선은 이날만큼은 완전히 다른 면모를 과시했다.

1회초 톱타자 강동우의 중전안타로 포문을 연 삼성은 박한이의 희생번트와 이승엽의 볼넷으로 만든 1사1,2루에서 마해영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여기서 끝났다면 삼성은 매번 선취점을 뽑고도 아쉬움을 남겼던 1, 2차전의 전철을 밟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3차전의 중요성이 삼성 타선의 집중력을 키웠다. 1-0으로 리드를 잡은 삼성은 계속된 1사1,2루에서 브리또의 몸맞는 공으로 1사만루를 만든 뒤 양준혁·김한수의 연속 안타와 진갑용의 희생플라이로 3점을 보태 4-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어 삼성은 5회와 6회에도 한점씩을 보태 안정권에 들어갔다.

삼성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좌완선발 전병호였다.

올시즌 43경기에 출전, 3게임에서 선발로 나선 셋업맨 전병호는 조기 강판되리라던 예상을 깨고 5회 배영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기까지 4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무실점의 호투로 초반 흐름을 삼성 쪽으로 돌려놓았다. 3회초 유지현의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잡아낸 중견수 박한이를 비롯, 삼성 야수들의 호수비도 LG 소총수들의 기세를 꺾기에 충분했다.

LG는 믿었던 선발 최원호가 1회에 무너진데다 0-5로 뒤진 5회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후속타 불발로 추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해 승리를 넘겨줬다.

이태일·정제원·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한국시리즈 3차전

▶잠실(삼성 2승1패)

삼 성 400 011 000│6

L G 000 000 000│0

전병호, 배영수(5):최원호, 유택현(1), 이동현(1), 이승호(4), 경헌호(5), 신윤호(6), 케펜(9)

(승) 배영수 (패) 최원호

◇오늘의 한국시리즈(오후 6시)

삼성(엘비라)-LG(김민기)<잠실·sbs, sbs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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