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노린 '정치파업'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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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공무원노조가 어제부터 집단 연가투쟁으로 사실상 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민주노총도 오늘 총파업을 예고해 노동계와 정부의 정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집단행동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일 뿐만 아니라 임기 말 정권의 약한 틈을 비집고 공무원과 노동계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밀어붙이는 정치투쟁 성격이 강하다.

법외단체인 전국공무원노조가 주도한 집단 연가투쟁으로 경남과 울산 등 일부 지역은 공무원 출근율이 30% 아래로 떨어져 정상업무가 안되는 바람에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관청을 비운 공무원들은 때아닌 농촌돕기에 나서거나 일부는 집회 참석을 위해 상경했다. 이 같은 집단행동은 1천5백여명의 해직자를 냈던 1989년 전교조 사태 이후 최대 규모여서 앞으로의 파장이 주목된다. 정부의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예정인 민주노총의 총파업엔 1백70여개 사업장에서 5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을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정국에 대규모 파업까지 가세하면 우리 경제의 위기감만 더 높아질 것이다.

이들 집단행동은 공무원들의 경우 노조 허용 문제로, 민주노총은 주5일제 근무 도입 문제로 정부가 마련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것이 명분이다. 이는 근로조건 개선이나 임금 문제 등과 전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뜻과 다르면 힘으로 저지하는 집단 이기주의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이 두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니 집단행동의 실익도 없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인 것은 공무원노조와 주5일제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했던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불법 집단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법을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의 불법행동은 당초 천명했던 대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임기 말 공직사회 기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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