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의 영농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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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초등학교 5학년생 경미는 소꿉장난을 하며 어른들 살림살이를 흉내냈던 것처럼 작은 논만 보면 불쑥 들곤 하는 호기심에 벼농사를 짓기로 결심한다. 담임 선생님의 어린 시절 꿈이 농사짓는 거였다는 고백에 용기도 얻는다. 4년동안 모아온 돼지 저금통을 아버지에게 '저당' 잡힌 후 가을 수확철에 봄에 빌린 씻나락 이상을 거뒀을 경우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가로·세로 10m 크기의 '애기 논'을 어렵사리 빌린다. 하지만 그 정도 규모도 경미에게는 쉽지 않다. 자기 논에 농약을 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가 농약을 마셔 쓰러지기도 하고, 거머리들의 습격을 받는가 하면, 물도둑으로 몰리기도 한다. 막상 힘들게 수확한 쌀로 직접 밥을 지어 가족들 밥상을 차린 경미는 정작 자신은 밥을 먹지 못한다. 눈물이 앞을 가린 것이다. 순간 밥이 하얗게 웃는다. 아직도 쌀나무를 헷갈려 하는 주변의 어린 친구들에게 경미의 영농일기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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