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협상 전략은 '엇나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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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터져나온 북한의 핵 개발 시인은 현 정부의 대북한 정책은 물론 북한의 실체에 대한 의문의 보따리를 국민들에게 안겼다. 1970년대 수많은 대북 협상 테이블에 앉아왔던 현장 경험에 학문적 연구 성과를 보태 신간을 펴낸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북한은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 경제난 가중 등 국내외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협상 파트너 남한을 생사를 건 투쟁상대로 여기는 전사(戰士)적 협상관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송교수는 또 "▶협상 개막단계에 축제분위기를 조성하고도 ▶중간 단계에 논쟁 유도 ▶합의단계에 합의 용어에 대한 전술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등 엇나가다 마지막 이행단계에서 정작 합의 내용 이행을 회피하는 단계적 협상 행태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되풀이됐다"고 지적했다.

신간의 집필 의도는 자명하다. 북한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자는 것이다.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와 다양한 자료를 인용해 쉽게 읽히면서도 저자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뒷받침이 엄밀하다. 당연히 현 정권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서해에서는 전투가 벌어지는데 동해에서는 금강산 관광선이 출발하게 하면서 남남 갈등마저 불렀다는 것이다. 송교수는 이번 북핵 파문을 "잘못을 엄격히 추궁하고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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