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잡고 집값 누르기'강력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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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수도권 전체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땅을 추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땅값 잡기'에 나섰다. 서울의 강북뉴타운계획, 경기도의 신도시계획 등 지자체들이 앞다퉈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3분기 땅값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집값에 이어 땅값까지 들썩이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수도권 내 땅 투기를 잡는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부 대책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지정했나=수도권 땅값은 3분기 5.75% 오르며 전국 평균인 3.33%를 훨씬 웃돌았다. 경기 고양 덕양구 일대와 경기 오산·화성, 서울 강남 등은 주택가격 인상,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기대감, 택지개발사업·지방산업단지 조성·토지구획 정리 등으로 인해 7∼9월에만 땅값이 약 8% 올랐다.

건교부 관계자는 "올 초부터 집값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기 때문에 3분기 땅값이 이 정도로 오를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미개발 지역에 대한 투기수요가 몰리고 있는데 대한 우려도 이번 조치의 배경이 됐다. 지난달 경기도는 경부고속도로 인근을 제2의 테헤란밸리로 육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6개권역 개발계획을 발표했으며, 서울시도 강북 뉴타운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대로 두면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아가는 집값마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이 같은 '과감한'정책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가 신도시 후보지 결정 등을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용인 동백지구를 추가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 역시 강남 등에서 빠져나온 투기 자금이 규제가 덜 한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지역 땅값은 평당 3백만원하던 것이 최근 5백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효과와 문제점=일단 가수요를 막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교통부 이재영 토지정책과장은 "천안·아산 신도시 지역에서도 허가제 실시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투기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택·상가투자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주거용·업무용·상업용 건물순으로 오르고 마지막에 토지가 오른다"며 "대책이 다소 늦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북 뉴타운 지역에선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크다. 주택이 밀집한 도심 재개발 구역이기 때문에 거래되는 토지 대부분이 10∼20평짜리다. 허가 대상인 54평을 넘는 거래가 거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에 따르면 뉴타운 후보지인 왕십리 지역의 경우 전체 2천5백75필지 가운데 허가대상 필지는 14%(3백63곳)에 불과하다.

토지 투기의 빌미를 정부가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올 초 건교부는 30년간 묶여 있던 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 3천7백여만평을 단계적으로 해제한다고 밝혀 땅값 상승을 부추겼다.

또 이번에 지정된 곳들 대부분은 1998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곳들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묶는 셈이어서 정부의 냉탕·온탕 정책으로 주민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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