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적 가수요 확실히 줄어들 것" "위장전입 불법거래 고개들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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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토지거래허가 지역이 대폭 확대되자 부동산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아파트에 이어 토지시장까지 칼질이 가해지자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하면 "어차피 시중의 여윳돈이 풍부하고 돈 흐름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일시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새로 추가된 지역의 땅 주인들은 "풀었다가 다시 묶는 무계획적인 토지정책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땅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때 못팔게 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거래가 위축되면서 빠르게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컨설턴트 정용현 사장은 "최근 땅값이 급등한 곳은 가격이 일시 조정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주시 교하면 일대에서 토지거래를 하는 블루앤레드 서온근 사장은 "땅 매수자 중에는 실거래가와 신분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조치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수요가 몰리며 토지거래가 활발했던 김포시도 거래 공백이 생길 조짐이다. 장기동 현대공인중개사무소 황동석 사장은 "서울 투자자들이 땅을 사서 묵혀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땅 용도가 분명해야 살 수 있으므로 거래가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성남·용인지역 토지거래 전문인 진양공인중개사무소 박영준 이사는 "그냥 둬도 거품이 빠질텐데 이렇게 강제적으로 조정하면 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은 일시적인 수준에 그치고, 오히려 주민등록 위장전입 등을 통한 불법 거래가 활개를 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남시 우신공인중개사 모석봉 사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놓았던 곳에서도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명의신탁 등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거래는 줄겠지만 투자심리를 완전히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그린벨트나 자연녹지 지역은 실거주용 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값이 뛸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 씨티공인 안시찬 대표는 "시중에 돈이 워낙 많기 때문에 토지시장을 막더라도 다른 부동산으로 몰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땅값이 오른 틈을 타 땅을 팔려고 했던 김포시 장기동 김모(47)씨는 "올 여름부터 비싼 값을 받으려고 몇 번이나 매매를 미뤄왔는데 갑자기 허가구역으로 묶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예측불허의 정책 때문에 손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거의 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기도의 경우 땅값이 오른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파주시 법원리 주민 박모(56)씨는 "법원리는 땅값이 별로 움직이지 않았고 거래도 뜸한데 무슨 근거로 매매를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토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돌공인중개사무소 진명기 사장은 "같은 행정구역이라도 서울에서 먼 곳일수록 상승폭이 작거나 아예 오르지 않았는데 거래를 일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읍·리 단위로 규제대상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성근·서미숙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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