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일 새벽 낭심·무릎 집중 구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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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서 숨진 趙모씨의 사망 원인을 '구타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보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趙씨의 하체 손상이 심각해 趙씨가 쇼크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하반신에 집중적인 충격이 있을 경우 쇼크사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쇼크사가 일어났다면 폐 부분에 이상이 확인되는 만큼 趙씨의 폐를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이미 1차 부검에서 확인된 趙씨의 뇌출혈이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과수는 뇌출혈이 일어난 원인이 구타에 의한 것인지, 趙씨가 쓰러지면서 받은 충격 때문인지에 대해선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과수는 趙씨의 자해가 사망 원인이 됐을 경우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는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검의 조사 결과 서울지검 강력부 8급 수사관 蔡모(40)씨 등 3명이 사망 당일인 지난달 26일 새벽 趙씨를 업어치기해 바닥에 넘어뜨리고 허벅지와 낭심·엉덩이·무릎 부분을 집중 가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날 정오쯤 정신잃은 趙씨를 깨워 다시 때렸다는 진술마저 나오고 있다. 또 趙씨가 자해했다는 부분에 대한 수사관들의 진술이 서로 맞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 다만 국과수는 趙씨가 마약을 복용해 이것이 심장발작으로 이어졌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趙씨의 사망 원인이 구타 가능성 쪽으로 좁혀지자 검찰 내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구타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될 경우 정치권에서 김정길 법무장관과 이명재 검찰총장 등을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들은 일손을 놓다시피한 채 趙씨에 대한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부검 결과가 구타에 의한 사망으로 최종 확정된다면 최소한 서울지검 지휘부 등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구타 사망으로 확인되면 조직폭력배들을 다루는 강력부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지휘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정치권이 큰 일이 터질 때마다 수뇌부 인책론을 제기해 검찰을 흔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수사 지휘선상에 있던 관계자들을 문책하는 선에서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조사실 공개=서울지검은 趙씨 등에 대한 물고문 의혹까지 제기되자 1일 청사 11층 특별조사실 7곳의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1996년 국감 때 법사위 의결로 공개한 이후 두번째다.

특조실은 기밀수사나 거물급 인사의 조사 때 주로 이용되는 곳이다.

각 조사실 내 화장실에는 세면대·변기는 있으나, 물고문 의혹을 첫 제기한 참고인 朴모씨가 봤다고 주장한 욕조는 없었다. 趙씨가 숨진 1146호 제7조사실은 4평 남짓 넓이에 녹색 카펫이 깔려 있고 침대·책상·의자 등이 비치돼 있었다.

조강수·김원배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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