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단일화' 氣싸움 정몽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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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의원이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鄭의원은 1일 국민경선 방식에 의한 후보단일화 안에 대해 "지지율이 다소 떨어진다고 정략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대신 "단일화는 후보 간 합의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鄭의원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후보단일화를 한다면 내 지지표는 盧후보에게 안 가겠지만, 盧후보의 지지표는 나에게 올 것"이라면서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鄭의원은 자기 진영 내부에서 국민경선론이 자꾸 흘러나오는 것에 못을 박기 위해 통합21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1일 전략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꺼내 추인을 받았다. 그래서 나온 통합21의 공식입장이 "민주당 쪽이 제기하는 국민참여 경선제는 당 대 당 통합문제 등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鄭의원 측은 그러면서도 "국민은 국민통합 세력이 지역분열 세력에 승리하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간 盧후보는 기자들에게 "현재 후보단일화를 긍정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는 盧후보가 그동안 민주당 내 반대세력으로부터 사실상 그의 후보사퇴를 의미하는 후보단일화 공세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盧후보는 이어 "다만 그와 내가 엄청난 정책차이가 있기 때문에 (만일 단일화를 추진한다면)국민경선을 통해 이 차이를 융합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책은 개인 재산이 아니라 국민 재산 아니냐"고 했다. "국민경선 없이 단일화하라는 얘기는 국민을 무시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양측의 팽팽한 기세싸움엔 몇 가지 고려가 녹아 있다. 우선 '이회창 대세론'의 확산기미에 위축돼 있을 '반(反)이회창 유권자층'에 희망을 주기 위해 단일화 논의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양측 모두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일부 여론조사가 盧·鄭 간 후보단일화가 이뤄져도 李후보에게 밀린다고 나오자 모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물론 양 진영 다 "여기서 밀리면 낭패"라는 판단에서 기싸움을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단일화 담판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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