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용 목사(1917.10.30~2006.8.17)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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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호 10면

함경남도 이원군 출생. 광복 후 신학공부에 뜻을 두고 한국신학대학,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미국 유니언신학대학, 뉴스쿨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62년 매니토바대 명예신학 박사. 한국기독교학생운동협의회 위원장, 한국기독교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크리스찬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국 6대 종교지도자 대화모임을 개최해 종교 화합을 주도하는 한편 민주화운동 지원과 여성지도자 배출에도 힘썼다. 2000년에는 ㈔평화포럼을 창설하여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강원용 목사님과의 인연은 88올림픽 때 3주간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던 국제학술대회 촬영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목회자라면 온화하고 조용한 분일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다. 행사 준비 중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는 ‘강핏대’(강 목사님 별명) 앞에서 누구라도 호랑이 앞에 쥐가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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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카리스마는 카메라 렌즈를 압도했다. 렌즈를 응시하는 눈빛에서는 호안(虎眼)의 광채가 느껴졌다. 수십 장의 필름이 넘어가자 드디어 카리스마 뒤에 숨은 따스한 인정과 선한 미소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셔터 누르기가 얼마나 신이 나던지.
그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던 분으로 유명하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연극 공연을 보기 위해 객석에 앉아있던 그를 뵌 적이 있다. 지팡이를 짚은 불편한 몸인데도 좋아하는 예술가를 격려하러 오신 자리였다.

그 핏대 올리며 일갈(一喝)하던 목소리가, 그 뒤로 슬며시 피어 오르던 미소가 그리워진다.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 대상 수상.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 『108 문화예술인』 『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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