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사람 가라" JP 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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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가 대선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5일 충남 부여지구당 당직자들과의 오찬에서다. 소속의원들이 그에게 "이회창 후보가 우리 정서에 맞다"고 집단압력을 행사한 지 나흘 만이다.

JP는 "뜸 들이지 말고 갈 사람은 가라"고 배수진을 쳤다. "마음이 떠난 사람을 붙잡아 봐야 내분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완구 의원을 겨냥해 "못된 사람은 혜택을 받은 만큼 배신한다는 말이 있다"고 비난했다.

JP는 전날 중앙당 직원들과 만나 "전국구 의원들도 본인이 원하면 제명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남아도 자민련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완강한 태도는 대선 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겠지만, 당대당 통합이나 합당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자민련을 대선 때뿐 아니라 2004년 17대 총선까지 유지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JP는 "남은 동지들과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을 지지한 뒤 2년 후 총선에서 다시 일어서도록 당을 추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후보 문제와 관련해선 묘한 말을 던졌다. 그는 "대통령 하겠다고 열두 사람이 나왔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라면서 "인기가 있네 뭐네 하는데 도중에 내려오는 사람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낙마설이다. 그가 군소 후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JP 주변에서 여러 추측이 나왔다. '인기'를 들먹인 것은 여론지지율에 의존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을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그중 하나다. "JP는 鄭의원에게 호감이 있었으나 4자연대가 무산되고, 鄭의원 측이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거리를 두자 섭섭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JP의 발언에 한 중진의원은 "의원들이 탈당하는 것보다는 JP가 분명히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지지만 분명하게 해도 괜찮다. 당 통합은 대선이 끝난 뒤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려면 아예 당에 들어가는 게 실리도 챙길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떨떠름해 했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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