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극복하려면…:과학과 대중 '交感'이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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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4면

오늘날 한국의 일반국민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지난해 필자가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 연구의 결과물인 컴퓨터·인터넷·자동차·냉장고·텔레비전 등 생활용품 중심으로 과학기술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들이 가져다주는 생활의 편리함에 압도되지 않는 현대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고 있고, 전력의 40% 이상을 조달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폐기물을 처리할 장소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여전하다. 이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과학교육·과학보도·과학홍보를 포함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의미한다.

물론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실패가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성인의 7∼8%만이 과학의 기본 용어들, 예컨대,원자·지동설·DNA 등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지식은 학창시절에 습득되었지만 성인이 되면서 잊혀졌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지식이 일상생활과 연관되지 않는 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과학교육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는 심각한 것 같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고교 학창시절 수학·물리·화학 등의 핵심 과학과목들을 '싫어했다'는 성인의 응답자가 '좋아했다'는 사람 보다 거의 배에 가까웠다(그래픽 참조). 학교 교육이 이들 과목에 가장 많은 시간을 배당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육 현장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은 상당히 떨어진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것이 이공계 기피현상에 한몫 할 것은 명백하다.

학교를 떠난 뒤에 과학 및 기술의 각각에 대한 이해를 쌓는 절대적인 창구로 매스미디어를 언급한 성인의 분포(56.6%, 71.2%)는 압도적이다. 과학관·과학축전·과학전시회 등의 기초 과학문화 활동이 저조한 현실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유일한 통로가 언론매체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문의 과학보도, 방송의 과학프로그램이 갖는 대(對)사회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록 그들이 상업적 목적을 깔고 생산되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성인들은 간접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얻는다.

무엇보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용자의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교육에서는 학생의 관점, 과학보도는 독자와 시청자의 관점, 과학광고와 홍보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용자의 일상생활 관심거리와 연계돼 과학기술 지식이 전달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기술자들이 자신들만 아는 용어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기 중심적' 커뮤니케이션은 오히려 과학기술에 대한 증오를 초래하는 역기능을 한다. 따라서 과학기술자의 커뮤니케이션 훈련은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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