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동도 나이 드니 출마 말려도 안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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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이 22일 장세동(張世東)전 안기부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만류했다고 말했다. 김석수(金碩洙)국무총리가 신임 인사차 연희동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다.

全전대통령은 기자들이 張전부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묻자 "나를 찾아와 출마한다고 해서 '나가지 말라. 이런 상황에서 될 수 있겠느냐'고 만류했다"면서 "그 사람이 올해 66세인데 나이가 드니 내 말도 듣지 않아요"라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全전대통령은 올해 72세다.

張전부장의 대선 출마는 그 배경과 관련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5공의 상징이자 全전대통령에겐 '영원한 심복'으로 통하는 탓이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육사 16기인 張전부장은 全전대통령이 주도한 12·12 군사쿠데타에 참여했다. 5공 정권에선 대통령 경호실장·안기부장으로 승승장구하며 '全전대통령의 최측근' '실세 중 실세'로 부상했다. 안기부장 재임 때는 당시 박철언(朴哲彦)특보 등과 함께 방북, 김일성 주석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협상을 벌였을 정도로 全전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에게 '의리의 사나이'란 별칭이 붙은 것은 1988년 5공 청문회 때.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송곳 질문과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全전대통령을 적극 비호하는 등 충성심을 보였었다. 이후 총선 때마다 그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2000년 총선 때는 허삼수(許三守)전 의원과 동반 출마를 시도했으나 全전대통령의 만류로 결국 뜻을 접었다.

張전부장은 21일 "구태의연한 정쟁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질서 창출을 위해 단기필마로 나서게 됐다"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면서 "각하(全전대통령)께서 많이 염려하셨다"면서 "결례를 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한편 全전대통령은 이날 金총리에게 "총리 임기가 4개월이든 4년이든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연말 대선을 조용히 치르고, 고질적 병폐인 부정선거 문제 등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金총리의 예방을 받은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은 "나는 단 한사람도 총리서리를 임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선이 임박해 지지후보를 밝히겠다는 말이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金전대통령은 "아니…뭐…천천히 두고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송상훈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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