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고 이혼하겠다니…" 원고측에 고액위자료 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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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데도 배우자와 대화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혼소송을 내는 사람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높은 위자료를 물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黃正奎 부장판사)는 21일 외환위기 직후 남편의 사업이 어려움에 처하자 남편을 홀대하며 말다툼을 벌이다 가출한 뒤 이혼소송을 제기한 金모(48·여)씨에 대해 "남편 崔모(54)씨에게 위자료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金씨는 남편이 유명학원 강사로 고소득을 올릴 때는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하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그를 냉대하다 가출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결혼 생활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데도 부인과의 성격 차이를 들어 이혼소송을 낸 30대 朴모씨에게 위자료 3천만원을 물도록 했다.

朴씨는 소송을 낸 뒤 아내가 법정에서 이혼을 거부할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마음이 떠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혼을 요구했다.

이달 초에도, 자신의 외도 사실이 발각돼 1년 이상 부부싸움을 거듭하던 중 이혼소송을 낸 40대 주부에게 5천만원의 위자료 지급이 결정됐다.

黃부장판사는 "부부 중 한쪽에 귀책 사유가 있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가정생활이 파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이혼을 허락해주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를 악용해 마구 이혼을 청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을 적용, 위자료 액수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진배 기자

allon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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