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경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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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을 종합 분석한 뒤 "감독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박감독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목표로 했던 축구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이란에 승부차기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결국 동메달에 그쳤다.

김진국 기술위원장은 "대회 준비기간이 짧았다고는 하지만 박감독이 지도자로서의 경험과 팀 장악력, 전술 운용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임기를 보장하려고 했지만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비중이 큰 올림픽을 박감독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기술위원회에는 11명의 위원 중 10명이 참석했으며 박감독의 경질은 참석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기술위원회는 10일 이내 다시 모임을 열고 후임 감독 선임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 올림픽팀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일원화할 지도 논의하기로 했다. 차기 감독은 국내 지도자를 우선 고려하되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외국인을 영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 사령탑으로는 김호곤 부산 아이콘스 감독과 조광래 안양 LG 감독, 19세이하 청소년 대표팀을 맡고 있는 박성화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이날 내려진 결정으로 축구협회는 아시안게임의 실패에 대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박감독에게 모두 전가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기술위원회는 당초 "박감독은 지도자 경험과 선수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고 자체적으로 결론을 냈으면서도 그를 감독에 선임했었다.

또 협회는 박감독과의 계약이나 히딩크 전 감독과의 관계 설정 등 문제로 인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그러나 협회 집행부와 기술위원회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감독 경질만으로 문제를 미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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