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현장 코앞에 모스크 건립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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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옆에 이슬람 모스크(사원)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뉴욕시 랜드마크 위원회(기념 건축물 보존 위원회)가 3일(현지시간)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낡은 건물에 대한 보존 안건을 9명 만장일치로 부결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온건 이슬람 단체는 1857년 이탈리아식으로 건축된 이 건물을 허물고 기도실과 500석 규모의 강당을 갖춘 13층짜리 ‘코르도바 하우스’를 짓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반대파는 이를 막기 위해 “9·11 테러 때 비행기 파편이 이 건물에 떨어졌다”며 “건물을 역사 유물로 보존해야 한다”는 안건을 뉴욕시 랜드마크 위원회에 올렸다. 그러나 이날 랜드마크 위원회는 “이 건물이 보존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결정해 모스크 건설을 가로막고 있던 걸림돌이 사실상 모두 제거됐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모스크 건설을 지지해왔다.

빌딩과 부지를 사들인 ‘소호 프로퍼티’ 최고경영자(CEO) 샤리프 엘-가말은 “코르도바 하우스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전당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희생자 가족’도 랜드마크 위원회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종교 간 관용과 존중이야말로 미국이 추구해온 자유의 가치”라며 “랜드마크 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9·11 당시 현장에서 활동한 소방대원 단체인 ‘법과 정의를 위한 미국 센터’는 “테러 희생자의 공동묘역인 그라운드 제로는 모스크가 들어설 장소가 아니다”라며 랜드마크 위원회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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