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다. 어린이 공연물 최고 성수기다. 여기저기서 고만고만한 작품이 수없이 올라가지만 정작 부모 입장에선 무엇을 고를지 난감하다. 팸플릿의 그럴싸한 소개에만 기댈 수 없다. 그래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찾아나섰다. 8월 말까지 수도권에서 진행 중인 10여 편의 어린이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세심히 따졌다. 작품 완성도, 가격 대비 만족도, 교육적 효과 등을 두루두루 검토해 세 편을 추렸다. 이른바 ‘여름방학 어린이 공연 베스트 3’다. 휴가철 극장 나들이의 나침반이다.
최민우 기자, 안동훈·이지수 인턴 기자
◆파워레인저 엔진포스=블록버스터 어린이 공연
태권도 유단자들의 액션이 시원한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그래서인지 공연장엔 유독 아빠 관객이 많이 눈에 띈다. [웨이즈비 제공]
‘파워레인저’는 1975년 일본 토에이란 회사가 제작한 TV 시리즈이다. 한국에서도 케이블·위성 채널에서 여러 차례 방영됐고, 5년 전부터 무대용으로 올라갔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확 커졌다.
어린이 공연물로는 드물게 13억원이란 큰돈을 들여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하늘을 붕붕 날아 다니는 와이어 액션이 시원하다. 배우가 광선을 쏘는 시늉을 하면 무대 주변 대형 스크린에선 그 액션을 정교하게 잡아채 현장감 넘치는 그림을 보여준다. 출연진 대부분도 태권도 고단자. 액션의 현실감이 살아 있다. 미취학 남자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9일까지 서울 올림픽홀 내 우리금융아트홀. 평일 오후 2시·4시30분, 토 오전 11시·오후 2시·4시30분, 일 오전 11시·오후 2시(월 쉼). 2만5000∼4만5000원. 다양한 방법으로 30%까지 할인 가능. 02-2261-1393.
◆무지개 물고기=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다
어린이 참여형 뮤지컬인 ‘무지개 물고기’. [파란호두]
스위스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Marcus Pfister)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를 창작 뮤지컬로 만들었다. 물고기들의 반짝거리는 의상, 익살맞은 안무 등 화려한 무대에 눈이 즐겁다. ‘반짝반짝 작은 별’ ‘떴다 떴다 비행기’ 등 친숙한 동요 20여 곡을 재즈·랩·아카펠라로 편곡한 점도 새롭다.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 평일 오후 3시, 주말 2시·4시(월 쉼). 2만∼4만원. 가족패키지를 이용하면 40%까지 할인 가능. 02-594-4025.
◆무적의 삼총사=니들이 우리 고민을 알아?
초등학생의 고민을 생생히 담아낸 ‘무적의 삼총사’. [극단 학전 제공]
박스를 모으며 살아가는 마을 할머니는 소년·소녀의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세 명을 의기투합시키고, 자신도 합세해 풍이를 괴롭히는 중학생을 혼내준다. 어린이 극에도 세상 얘기를 넣어온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의 개성처럼 이 작품 역시 현실을 콕콕 집어내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두루 아우른다. ‘방학’ ‘선생님이 아프셔’ 같은 곡들은 어린이 눈높이에 딱 맞는 가사지만 쉬운 멜로디덕에 따라 부르기도 좋다.
▶22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화∼목 오후 4시, 금 7시30분, 토 3시·5시30분, 일 3시. 어린이 1만8000원, 어른 2만원, 같이 보면 3만4000원.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