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붕붕 날아 다니네’ 아이들 눈이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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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름방학이다. 어린이 공연물 최고 성수기다. 여기저기서 고만고만한 작품이 수없이 올라가지만 정작 부모 입장에선 무엇을 고를지 난감하다. 팸플릿의 그럴싸한 소개에만 기댈 수 없다. 그래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찾아나섰다. 8월 말까지 수도권에서 진행 중인 10여 편의 어린이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세심히 따졌다. 작품 완성도, 가격 대비 만족도, 교육적 효과 등을 두루두루 검토해 세 편을 추렸다. 이른바 ‘여름방학 어린이 공연 베스트 3’다. 휴가철 극장 나들이의 나침반이다.

최민우 기자, 안동훈·이지수 인턴 기자

◆파워레인저 엔진포스=블록버스터 어린이 공연

태권도 유단자들의 액션이 시원한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그래서인지 공연장엔 유독 아빠 관객이 많이 눈에 띈다. [웨이즈비 제공]

이만큼 대박이 터진 어린이 공연이 있던가.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 80%. 같은 급의 어린이 공연과 승부가 끝난 지 이미 오래. 체급이 다른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미스 사이공’ ‘키스 미 케이트’ 등과 맞대결에서도 KO 펀치를 날리고 있다. 한 달 넘게 티켓 예매 사이트 1위를 질주하며 올 여름 최고 흥행물로 우뚝 섰다.

‘파워레인저’는 1975년 일본 토에이란 회사가 제작한 TV 시리즈이다. 한국에서도 케이블·위성 채널에서 여러 차례 방영됐고, 5년 전부터 무대용으로 올라갔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확 커졌다.

어린이 공연물로는 드물게 13억원이란 큰돈을 들여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하늘을 붕붕 날아 다니는 와이어 액션이 시원하다. 배우가 광선을 쏘는 시늉을 하면 무대 주변 대형 스크린에선 그 액션을 정교하게 잡아채 현장감 넘치는 그림을 보여준다. 출연진 대부분도 태권도 고단자. 액션의 현실감이 살아 있다. 미취학 남자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9일까지 서울 올림픽홀 내 우리금융아트홀. 평일 오후 2시·4시30분, 토 오전 11시·오후 2시·4시30분, 일 오전 11시·오후 2시(월 쉼). 2만5000∼4만5000원. 다양한 방법으로 30%까지 할인 가능. 02-2261-1393.

◆무지개 물고기=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다 

어린이 참여형 뮤지컬인 ‘무지개 물고기’. [파란호두]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이 작품이 그렇다. 마지막 20여 분이 클라이막스다. 일곱 가지 색깔의 울긋불긋한 거대한 천이 등장하면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은 사라진다. 자리에 앉아 있던 어린이들이 무대 위로 뛰쳐나가 해마·가오리·불가사리 등과 함께 어울린다.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다 보면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관객인지 모를 정도다. 좋은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스위스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Marcus Pfister)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를 창작 뮤지컬로 만들었다. 물고기들의 반짝거리는 의상, 익살맞은 안무 등 화려한 무대에 눈이 즐겁다. ‘반짝반짝 작은 별’ ‘떴다 떴다 비행기’ 등 친숙한 동요 20여 곡을 재즈·랩·아카펠라로 편곡한 점도 새롭다.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 평일 오후 3시, 주말 2시·4시(월 쉼). 2만∼4만원. 가족패키지를 이용하면 40%까지 할인 가능. 02-594-4025.

◆무적의 삼총사=니들이 우리 고민을 알아?

초등학생의 고민을 생생히 담아낸 ‘무적의 삼총사’. [극단 학전 제공]

초등학교 4학년생 세 명이 나온다. 미국에서 온 써니는 친구가 없어 외롭다. 치나는 부모의 강요로 영어 공부에 어학 연수 준비로 정신 없다. 풍이는 중학교 형아한테 돈을 뺏긴다. 그저 장난꾸러기이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초등학교 꼬마들 같지만, 그들 역시 가슴 한구석은 까맣게 타들어가기 마련.

박스를 모으며 살아가는 마을 할머니는 소년·소녀의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세 명을 의기투합시키고, 자신도 합세해 풍이를 괴롭히는 중학생을 혼내준다. 어린이 극에도 세상 얘기를 넣어온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의 개성처럼 이 작품 역시 현실을 콕콕 집어내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두루 아우른다. ‘방학’ ‘선생님이 아프셔’ 같은 곡들은 어린이 눈높이에 딱 맞는 가사지만 쉬운 멜로디덕에 따라 부르기도 좋다.

▶22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화∼목 오후 4시, 금 7시30분, 토 3시·5시30분, 일 3시. 어린이 1만8000원, 어른 2만원, 같이 보면 3만4000원. 02-763-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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