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와 햇볕 엄격히 구별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6·29 서해도발을 둘러싼 정보판단 삭제 지시 논란을 조사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철저한 원인규명에 있었다. 그러나 조사단이 어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왜 이런 조사를 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미흡하기 짝이 없다.

조사단은 6월 13일 첩보에 대한 5679부대의 세 가지 평가는 적절했다고 판정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김동신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거해 예하부대에 혼선을 줄 수 있겠다. 정리해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는가. 金장관이 왜 이런 판단실책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단의 결과 발표가 없다. 그가 대북 햇볕정책과 철통안보는 별개의 것인데도 햇볕정책을 의식해 그런 판단실책을 범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조사단이 적절한 평가라고 판정한 것을 국방 총수가 정치적 고려 없이 헷갈린다고 생각했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은 남는다. 물론 金장관의 지시가 결과적으로 정보본부와 5679부대의 정보판단에 작용했다고 발표해 그의 지시가 북측의 서해도발을 저지하지 못한 한 요인이었다는 함축적 의미를 드러내긴 했다.

조사단은 특이징후의 미전파 및 정보조작으로 서해교전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한용철 5679 당시 부대장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당시 합참 차원의 군사대비태세의 단계적 격상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왜 북측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 특조단 부단장은 韓장군을 '주요 첩보처리와 보고 부실'로 징계에 회부한다면서도 "韓소장이 첩보수집과 보고는 잘 했으나 분석에서는 소신있게 판단하지 못했다"고 말해 석연치 않다. 이래서야 이 조사결과가 북측 도발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겠는가. 국방당국은 이 사안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고 그에 따라 정보수집 및 판단과 관련된 쇄신안을 마련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