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대책의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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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가 지난 9월에 내놓은 9·4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이 서울 일부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주택 가격 하락을 가져오긴 했지만 기대만큼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을 뿐 아니라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오히려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자 10월 11일 다시 고강도 처방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지난번에 강화한 양도소득세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즉 '투기 지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이 지역에서의 양도 차익에 대해선 기존의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하고, 필요시엔 현행 양도세율 9∼36%에 최고 15%포인트까지 탄력세율을 추가로 적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에 실거래 가격으로 과세되던 전용면적 45평 이상 및 6억원 초과의 고급 주택 기준을 앞으로는 면적에 관계없이 6억원을 초과하면 무조건 '고가 주택'으로 분류해 실거래 가격으로 과세하기로 했다. 더욱이 1가구 1주택이라도 그것이 투기 지역에 있거나 고가 주택에 해당되면 실거래 가격으로 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금리 인상을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조세 수단에 의존함으로써 단기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양도소득세 강화라는 고강도 수단마저 자의적이고 일관성이 결여돼 궁극적으로 그 소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먼저 조세에만 의존하는 투기 대책의 한계는 그동안 주택 가격 급상승의 원인이 부동산 관련 세제의 완화를 통한 정부의 투기 조장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투자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 좋은 교육 여건으로 인한 강남 지역 아파트에 대한 초과 수요, 그리고 수도권 지역에서의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었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 정책으로 인한 가격 상승 문제는 시정하겠지만 과다한 주택 수요를 유발하는 과잉 유동성의 문제나 강남 지역 아파트에 대한 초과 수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리를 인상해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 물론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과 주가 폭락으로 인해 현재로선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것은 불필요하게 머뭇거리다가 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놓친 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에 강화된 양도소득세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국민이 정부 정책을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달려 있다. 당장은 1가구 2주택 이상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투기 지역이 지정되고 고가 주택의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매물을 내놓거나 투기 수요가 줄면서 어느 정도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기 대책의 일환으로 사용돼 온 부동산 관련 세제의 비일관성을 아는 투기자들로선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 특히 투기 지역과 고가 주택의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앞으로 이 제도의 입법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예고하고 따라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이번 대책이 선제적 방어 조치라고 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 실제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투기자들의 관망세를 부추기고, 당분간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한 약보합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관련 세제가 효율적이면서 투기 억제 효과를 갖기 위해선 양도소득세와 같은 거래 과세를 강화하기보다 과표 현실화를 통해 보유 과세인 재산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세제들의 자의성을 최소화하고 일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부동산 거래자들로 하여금 조세 부담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양도소득세는 지역과 가격에 관계없이 모든 거래에 대해 실거래 가격을 적용하면서 세율을 어느 정도 낮출 필요가 있다. 실거래 가격의 적용이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고급 주택을 포함한 여러 거래에 실거래 가격을 적용하고 있기에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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