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사회 역주행해도 속수무책” … 미국, 견제·압박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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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월 23일 힐러리 클린턴(사진) 미 국무장관은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남중국해에서의 자유로운 항해 여부는 미국의 국익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접 국가들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첫 언급이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양자 간 해결을 바랐던 중국은 미국의 국제 이슈화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했다.

#2. 7월 22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자카르타를 찾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면담했다. 그는 동티모르 민병대 학살의 배후라는 이유로 금지해 왔던 인도네시아 특수부대 ‘코파수스’와의 합동훈련을 12년 만에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3. 7월 말 유럽연합(EU)과 캐나다, 호주가 독자적인 이란 제재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에 대해 “사실상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이란 신규 투자를 최대한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4. 7월 말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 실시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중국의 반대를 의식해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미 정부 당국자는 최근 “다음 번 연합훈련 때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이 변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필요하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개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싱턴 고위 외교소식통은 2일(현지시간)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 세계에서 중국의 파워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를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대중(對中) 레버리지 확보 총력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정치에서 레버리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나 영향력을 뜻한다.

이 소식통은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이 국제사회의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도 유럽과 일본을 포함,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를 막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한 존중과 설득 일변도의 외교 전략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강력한 공조를 바탕으로 대중국 압박을 병행하는 양동작전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를 비롯, 워싱턴 싱크탱크의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멀버논 디펜스그룹 정보연구분석센터장은 언론의 인터뷰에서 “주체적인 외교의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 계획을 1962년 소련이 주도한 쿠바 미사일 사태에 비유하는 등 오만한 모습을 보여 (새로운 대중 외교전략은) 미국 정서도 우호적”이라며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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