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진급 비리 의혹]"육본 지목 17명 D,C 받고 탈락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앙일보는 10일 군 검찰의 육군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기소된 관련자 4명(준장 1명, 대령 1명, 중령 2명)의 공소장을 단독 입수했다. 공소장 내용은 별도로 본지가 단독 입수한 3개 장군추천심사위의 잠재역량 평가서가 과연 공정하게 작성됐느냐는 의문을 또다시 일게하고 있다.


2005년도 육군 장성 선발을 위해 3개 추천심사위원회가 작성한 잠재역량평가서 사본.

이 공소장은 군 검찰이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을 하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제출한 문서로 이들의 범죄 혐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군 검찰의 판단이다. 유죄여부는 군사법원이 가린다.

◆ 진급 대상 제한자 17명 전원이 'D 또는 C'=L준장과 C중령은 진급 유력자 명단 52명과 경쟁관계에 있는 17명을 '진출 제한 대상자'로 정했다. 진급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L준장에게 "진급시켜서는 안 될 사람들에 대해 인사검증위의 검증 없이 활용하라"면서 기무사 등의 자료(대상자들의 비위 내용이 담겨 있음)를 건넸다. L준장은 건네받은 300여명에 대한 자료 중 17명에 대해서만 자료를 활용했다. 추천위 등에 그 자료를 돌린 것이다. 전체 자료 중에는 진급 유력자 52명에 대한 비위 사실도 담겨 있었지만 추천위에 전달되지 않았다.

공소장엔 17명의 명단이 '범죄 일람표'란 제목으로 첨부돼 있다. 육사 출신이 15명, 학군과 3사 출신이 각각 1명이다. 보병.포병 등 7개 병과가 망라됐다. 이들에 대한 잠재역량 평가를 확인해 보니 전원이 갑.을.병 3개 추천위의 10개 평가 항목에서 D 또는 C를 받았다. 한 명의 예외도 없다.

추천위당 5명씩 15명의 심사위원에게서 자질 및 덕목, 신체 및 체력, 자기계발, 부대시험, 상훈 등 모든 항목에서 '올 D'를 받은 사람도 7명이다. 이들 중엔 해당 병과에서 오랜 군생활 동안 표준 평가점수가 1등이었던 사람도 2명이 들어 있었다.

◆ 3개 추천위 결과가 왜 비슷한가=3개 추천위가 같은 날에 각각 심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유사하다. 왜 그럴까. 이 부분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해명은 아직 없다.

이들은 모두 육군 중장~준장인 고위 장교다. 군 검찰은 일부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려 했으나 국방부가 반대했다. "아무 범죄 혐의가 없는 고위 장성을 그렇게 대우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결국 조사는 불발됐다.

물론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대체로 같았다고 볼 수도 있다. 토론이나 표결을 통해 의견이 모아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군 검찰은 17명에 대해 제공된 비위 자료가 진급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군 검찰은 자료가 부정확했으며 심지어 조작 의혹까지 있다는 입장이다.

육본 인사검증위는 2003년의 경우 기무사 자료 등에 대해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지난해엔 별도 검증 작업이 없었다.

◆ 육본 측 해명=육군본부는 "잠재역량 평가는 심사위원들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혔다. 또 심사위원들은 평가 항목에 일일이 점수를 부여하기보다 누구를 진급자로 투표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우수자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자를 전반적으로 판단해 '유력'으로 분류하면 A, '검토'로 분류하면 C, '제한'으로 분류하면 D로 기본값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이후 심사위원이 컴퓨터를 이용해 세부적인 등급 조정을 하지만 대체로 '올 A'와 '올 D'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명도 사전 내정 의혹을 불식하지는 못한다. 동시에 "그러면 구체적으로 적시한 10개 항목은 아무 의미 없는 요식행위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