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희망] 개성공단서 의료 활동 YMCA 그린닥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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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공단에서 의료활동을 하게될 YMCA그린닥터스 의료진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북한에 상주하며 진료 활동을 하는 국내 첫 의료진이기 때문이다. 4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은 11일 개성병원 개원과 함께 본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제 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는 북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로부터 제의를 받고 지난해 10월 통일부와 현대아산의 심의를 거쳐 개성공단 응급시설 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의사.간호사.행정요원 등 13명의 개성병원 의료진은 지난 7일 방사선 장비.초음파 설비 등을 트럭에 싣고 구급차 1대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개성에 도착했다.

이들 중 이진호(30.부산 세계로병원 의사).하덕자(35.여.세계로병원 간호사).조희억(43.부산 서면메디컬센터 행정부장) 씨 등 3명은 2개월간 개성병원에 상주하고 나머지는 병원 개원 후 곧바로 돌아온다.

의료진의 팀장격인 김세환(57.고신대 복음병원 마취통증과)교수는 11일 합류, 2주간 병원에 머문다. 이들 4명은 모두 그린닥터스 회원들로 개성병원 진료를 자원했다.

그린닥터스 김재경 지원부장은 "사명감.책임감이 뛰어난 자원봉사를 우선으로 선발했다"며 "대기 중인 다른 자원자들이 많아 2개월 일정으로 돌아가면서 교환근무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성공단 내 600여 명의 남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와 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개성공단 주위에 병원이 없어 북한 근로자(1500여명)도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그린닥터스 의료진의 치료를 받게 될 전망이다. 그린닥터스는 점차 개성 주민의 진료는 물론 말라리아.콜레라.장티푸스 등을 예방하는 방역활동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서 처음으로 의료서비스를 하는 이들 의료진은 "중요한 일을 맡아 무척 걱정된다"면서도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세환 교수는 "개성공단 현장의 사정상 북한 근로자를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때 동포의 사랑과 의술이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지역 의사들이 남북한 의료교류에 일조했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진호씨는 "의료선교사가 돼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이 꿈이었는데 한 민족인 북한에서 의료봉사를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부산 의사들이 북한에서 역사적인 진료를 하게 된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하덕자씨는 개성병원이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 14년 경력의 간호사 경험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간호업무와 함께 장비.약품 등을 배치.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는 하씨는 "시민들이 개성공단 의료진에 많은 관심을 보여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선발대 역할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료접수 등 행정업무와 구급차 운전을 맡은 조희억씨는 "개성병원엔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개성에서 1시간 거리인 남한의 경기도 일산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며 "응급환자 후송에 차질이 없도록 항상 긴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린닥터스는 앞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엔 개성공단 근로자가 남북한 합쳐 11만 명으로 늘어나 그만큼 의료수요도 많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린닥터스 정근 사무총장은 "현재의 진료소 수준인 병원을 종합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YMCA 그린닥터스(www.greendoctor.org)=부산YMCA와 지역 의료계, 학계 등이 국내 및 해외 의료취약지역 의료봉사를 목적으로 2003년 2월 창립한 단체.

'정치.종교.인종.국가를 뛰어넘어 국제재난 및 의료취약지역 인명구조와 의료봉사'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지난해 4월 북한 룡천역 폭발사고 당시 4억50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하고 중국 옌볜 및인도 코친 지역 등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2주간 동.서남아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에 긴급 의료진을 파견해 의료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매주 일요일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무료진료도 하고 있다. 박희두 부산YMCA 이사장, 김인세 부산대 총장 등 6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의사.간호사 등 10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북한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의과대학.치과대학.간호대학.종합대학까지 세운다는 장기계획이 있다.

한편 허남식 부산시장은 11일 오전 10시40분 개성공단 강당에서 열리는 YMCA그린닥터스 개성병원 개원식에 참석한다.

허 시장은 이날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을 방문, 개성공단에 진출한 부산지역 신발회사 삼덕통상 공장 신축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온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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