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철강정책 실패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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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미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지난 3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외국산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긴급관세(세이프 가드) 부과 조치가 시행 6개월 만에 미국 안팎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당초 의도한 (미국)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이루지 못한 채, 미국 내에서는 철강소비산업에 부담을 안겨줬고 미국 밖에서는 불필요한 통상마찰만 불러왔다는 얘기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6일 부시행정부의 철강산업 보호 정책이 국내외적으로 모두 실패했음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39개 철강생산국 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우선 외국산 수입철강제품에 대해 매긴 8~30%의 추가관세로 인해 철강제품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는 바람에 자동차회사 및 부품회사 등 철강제품을 소비하는 미국 내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핫코일 강판의 경우 최고율인 30%의 관세가 부과된 후 미국 내 가격이 지난해 말 t당 2백10달러에서 최근에는 3백50달러까지 치솟았다. 차부품회사인 파크뷰 메탈사의 넬스 루트윌러 사장은 신규 관세 부과로 인해 연간 20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더 늘어났다고 호소한다.

고(高)관세를 통해 세계 철강산업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겠다던 목표도 빗나갔다.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자 세계 각국의 제철소들은 오히려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말 현재 브라질의 철강제품 생산량은 1년 전에 비해 36% 늘어났고, 러시아와 일본, 유럽연합에서도 생산량이 3% 증가했다.

관세 부과로 철강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억제해 자유무역을 확대했다는 부시정부의 주장에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원(IIE)의 게리 허프바우어는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부시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의)고삐를 풀었고, 앞으로 이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관세가 섬유나 농업분야에서 다른 나라의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해 결국은 자유무역의 더 큰 가능성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이다.

철강수출국들의 반발도 거세다. 12개국이 미국의 세이프가드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위배된다며 제소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부시행정부는 전체 관세부과대상 물량 1천3백만t 가운데 25%를 부과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국 내 철강산업과 노동자들이 "속았다"며 부시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철강산업의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미국정부는 전통적으로 철강산업에 대한 보호정책을 써왔다. 이를 위해 지난 30년 간 미국의 철강 소비자가 부담한 비용이 무려 1천2백억달러에 이른다고 허프바우만은 밝혔다.

그러나 US스틸을 제외한 대부분의 철강회사들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철강관세로 합병이나 청산 등 미국철강산업의 획기적인 구조조정이 오히려 지연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1968 린든 B 존슨 대통령, 일본과 유럽산 철강제품에 자발적인 수입제한 조치

◇1977 지미 카터 대통령, 수입철강 제품에 최저 가격제 승인

◇1984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아시아·유럽의 주요 철강 회사에 자발적인 수출제한 조치

◇1994 빌 클린턴 대통령, 자발적 제한조치 실효 허용

◇2002 조지 W 부시 대통령, 수입철강 제품에 3년간 한시적 고관세 부과

자료=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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