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한 북한 대표부 소속인사가 휴식을 취하러 나가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쳐다보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박 외무상보다 먼저 발언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은 천안함 도발행위를 명확하고 진실되게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북한은 국제사회의 촉구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 도발과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의춘 외무상은 사과 요구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경제발전을 이룩해가는 시기에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정세가 도래했다”고 비난한 것으로 한국 측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이웃 국가에 대한 위협과 공격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이룬다면 역내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혜택을 향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천안함과 관련,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된 만큼 이제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며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북, 천안함 언론 플레이=북측 대표단 4~5명은 회담장 로비에 진을 치고 회람된 성명서 영문 초안 문구를 첨삭하는 등 참가 국가 중 가장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일행이 스쳐 지나가자 한동안 주시했지만, 7~8m 거리에 머물던 한국 대표단과는 서로 눈길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북측 이동일 과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불러모아 박 외상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소개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천안함이 북측 소행이란 소문이 돈다는데 맞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나중에 또 합시다”라며 답을 피했다.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외신 기자는 “박 외상 숙소의 식당에서 한국말로 인사를 나눴는데 웃으며 화답하던 박 외상이 북측 요원이 제지하자 당황해하더라”고 귀띔했다.
하노이=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