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부결 예상 불구 '표결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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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간다고 선언한 뒤 감표위원을 발표하려는 순간, 갑자기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정회를 요청했다. 한나라당이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로 결정해 어차피 투표해봐야 통과시키기 어렵게 된 탓이었다. 민주당은 朴의장이 정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퇴장해버렸다.

그러자 국회 주변에선 "서리 체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민주당이 승부가 뻔한 상황에서 표결을 방관하겠느냐는 관측이 나돈 것이다. 1998년 3월 김종필(金鍾泌)총리지명자에 대한 표결 때 당시 소수였던 국민회의(민주당 전신)는 "한나라당이 사실상 공개 투표했다"며 몸싸움을 벌여 투표를 중단시켰다. 지난해 12월에도 민주당은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뒤 "감표위원이 없다"며 개표를 막아 폐기토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40여분 만에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표결에 참여했다. 이 사이 열린 긴급 의총에선 격론이 있었다. 장영달(張永達)·김성순(金聖順)의원은 "한나라당이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들어가서 눈뜨고 당할 수는 없다"며 본회의 불참을 주장했다. 그러나 "본회의장에서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고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 앞에 당당하다"(李美卿·李相洙 의원 등)는 의견이 더 많았다. 민주당은 결국 본회의장 복귀를 결정했다.

이날 장대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의 인준안 표결에서 반대는 1백51표. 반대 당론을 정한 한나라당 의원의 투표수(1백38명)보다 13표 많다.

때문에 표결 뒤 추가 반대표가 어디에서 나왔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자민련의 경우 소속 의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참가했고,4~5명 정도가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군소 정당과 무소속 그룹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주장도 있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정몽준(鄭夢準)·이한동(李漢東)·박근혜(朴槿惠)의원 등 대선 주자군을 비롯한 대부분이 한나라당 및 이회창 후보와 불편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등에서는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왔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일부도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와 감정 대립을 보여온 이른바 반노(反盧)성향의 의원들이 이탈했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탈표가 5표에서 10표 사이일 것이라는 추산도 한다.

하지만 이날 표결 결과 및 민주당의 이탈표 추산과 무관하게 민주당이 표결에 참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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