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서리청문회]한나라 깎아내리고 민주당 추어올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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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대환 국무총리서리의 인사청문회 첫날인 26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 수위는 달랐다. 한나라당은 "각종 실정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공격했다.민주당 대부분의 의원들은 張총리서리를 감쌌다.

◇"사퇴하는 게 옳다"=한나라당은 집중적으로 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홍준표(洪準杓)의원이 대표적이었다. 주식회사 외부감사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11개 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여기에다 언론사 세무조사 때 1백70억원 탈세 의혹까지 제기돼 무기징역형까지 가능한데 사퇴하는 게 옳지 않으냐"고 추궁했다.

張총리서리가 위장전입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맹모는 진짜 이사를 다녔지만 張총리서리는 위장전입했으니 실제론 크게 다르다"고 비꼬았다. 또 "행정부에선 잘해야 국장인데 張총리서리는 부인을 잘 만나 신문사 사주가 됐고,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과 친해 총리가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도 했다. 洪의원은 張총리서리가 "존경하는 洪의원"이라고 하자 "난 존경받기 싫다"고 자르기도 했다. 그러나 張총리서리가 이달치 월급을 반납한 것을 두곤 "훌륭한 일을 했다. 서리는 공무원이 아니니까"라고 칭찬했다.

이원형(李源炯)의원은 張총리서리가 김제 논 증여세 미납에 대해 "장모가 줘서 몰랐다"고 하자 "장상(張裳)전 총리서리는 시어머니 탓으로 돌리더니 이번엔 장모 탓이냐"고 힐책했다. 또 "매일경제가 5년간 사설을 통해 42번이나 기업 투명성을 강조했는데 張총리서리와 관련된 것은 왜 투명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훌륭한 학교를 나온 장대환 선생님"=민주당 대부분의 의원들은 눈에 띄게 張총리서리를 두둔했다.

특히 張총리서리의 경기고 후배인 이종걸(李鍾杰)의원은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며 "국민은 훌륭한 고등학교를 나와 부모 덕에 미국유학을 해 걱정했는데 김해 물난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니 귀족적 이미지를 씻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임원대여금 논란과 관련, "張총리서리가 매일경제를 거의 메이저 신문으로 만들었는데 보상받은 흔적이 없다"며 "스톡옵션을 대여금 형태로 준 게 아니냐"고 두둔했다.

설훈 의원은 "분명히 고려대를 다니는데 다 고려대를 다닌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 어이없을 것"이라며 "분통이 터질 경우도 있겠지만 인사청문회 정착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고, 張총리서리는 "아직도 의원님들을 존경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전갑길(全甲吉)의원은 "충분히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하지 못하는 게 너무 어이없다. 웃기만 해서 되느냐"고 걱정했다.

그러나 함승희(咸承熙)의원은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 빈민집에 들어가보지 않고선 아픔을 모른다"라며 "張총리서리의 생활태도에서 특권층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고 비판했다.

◇"청문회 본 뒤 당론 정할 것"대 "당론투표할 것"=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대표는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의 통과 압박에 대해서도 "위헌적 서리를 임명한 게 잘못"이라고 일축했다. 당 전체적으론 부정적 기류나 장상 총리서리 때처럼 자유투표 형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주당은 장상 총리서리 때와 달리 당론 투표키로 했다. 인준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군사 개발독재에서 살아온 과거를 보면 가진 사람들의 투기적 관행은 공통적인 것"이라고 두둔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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