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9면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48)씨. 그의 별명은 '동양의 아도니스'다. 단순히 귀공자풍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섬세하고 순수한 연주 스타일을 감안한 애칭이다. 1983년 첫 귀국공연 때 수백명의 소녀팬을 동원한 것을 두고 당시 사람들은 아도니스라는 별명의 의미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아도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으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눈멀게 했다. 여러 신의 질투 끝에 죽음을 당한 아도니스의 선혈을 딛고 피어난 꽃이 아네모네다.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던 아프로디테의 눈물이 빚어낸 꽃을 두고서 사람들은 장미라 불렀다.

강동석씨는 국내에서 연주를 할 때마다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별명을 낳았다.'바이올린의 음유 시인''현(絃)의 귀공자' 등의 별명에서 예감할 수 있듯 그의 음악은 시적인 경지로 올라섰다는 평이다.

'실내악 전용홀'을 표방하며 개관한 금호아트홀의 지난해 첫 무대는 그의 연주로 막을 올렸다. 앳된 얼굴과 함께 서정성 넘치는 음색으로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2000년 가을 강동석씨는 전국을 돌며 연주회를 가졌는데 팬들은 계절과 그의 연주가 너무 맞아떨어진다고 격찬을 아까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후견인은 미소년 아도니스나 미의 여신이 아니라 음악의 여신 뮤즈일 터이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