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물매매 증시 쥐락펴락 2달째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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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개의 꼬리(선물)가 몸통(주식)을 흔드는 이른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증시에 나타나는 '왜그 더 도그' 현상이란 외국인의 선물 매매 방향에 따라 주식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즉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하면 선물가격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주식으로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일어나게 된다. 이 바람에 주가는 올라간다.

반대로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하면 기관은 값이 비싸진 주식을 처분하는 대신 선물을 매수하는 프로그램 매도에 나서게 된다. 이 경우 주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외국인은 지난 6월 말 이후 선물시장을 통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 순매수한 날은 어김없이 주가는 급등했고, 팔아치운 날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래프 참조>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한때 외국인의 선물 매수 덕분에 전날보다 7포인트 넘게 오르며 75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외국인이 선물을 팔아치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전 한때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는 2천8백계약에 이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은 3천1백계약 이상 순매도했다.

이 바람에 이날 종합지수는 5.24포인트 떨어진 740.51로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왜그 더 도그' 현상은 국내 증시의 영세성과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빚어지는 기현상이다.

미국과 영국·일본 등 선진 증권시장에서는 선물시장이 현물(주식)시장을 뒤흔드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현물 시장의 규모가 선물시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기관이 주식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나머지 선물과 현물 가격 차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프로그램 매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도 '왜그 더 도그' 현상을 야기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지난 20~22일 사흘간 무려 1만6천6백계약 이상을 순매수했으므로 추가 매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23일 외국인은 지나치게 많은 선물 보유 수량을 줄이기 위해 3천1백계약 이상을 처분했다.

대신증권 천대중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은 현재 보유 중인 선물을 매도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현물시장도 약세를 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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