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 아들 병역 면제 의혹 검찰측서 정치쟁점화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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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 측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민주당 의원에게 정치쟁점화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의원은 21일 기자들에게 "서울지검 박영관(朴榮琯)부장이 올해 3월 李후보 아들 병역면제 의혹 수사를 결심했다고 하더라"면서 "검찰 수사팀이 3월 김길부(金吉夫)전 병무청장의 인사청탁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李후보 아들의 병역문제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 수사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쪽에서 인지(認知)수사를 하기 곤란한 만큼 국회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먼저 문제를 제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3면>

李의원은 "그쪽에서 세가지 정황을 갖고 왔는데 확인해본 결과 그 중 하나가 사실과 달라 대정부 질문에서는 본격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李의원은 세가지 정황이 ▶李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엉망이었으며▶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고▶李후보의 사위 崔모씨가 김길부 전 병무청장을 면회한 후 金씨가 입을 다물었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李의원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李후보에 대한 기획수사·표적수사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수사를 맡고 있는 박영관 특수1부 부장검사가 정치공작 차원의 음모적 수사를 했음이 드러났다"면서 朴부장검사의 파면과 구속을 요구했다. 李의원은 기자들에게 "당시 당의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이고, 확인해보니 세번째 의혹 부분이 사실과 달라 대정부 질문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李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빚자 이날 저녁 "그쪽은 검찰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나중에 알아보니 박영관 부장검사가 수사를 담당하더라는 얘기를 한 것일 뿐 朴부장을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것을 비롯, 다각적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朴부장검사는 "이해찬 의원과 일면식도 없으며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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