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6억弗 넘어… 섬유수출액 맞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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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방학도 끝나간다. 자녀를 유학 보낸 집에선 환율 움직임에 신경이 곤두선다. 학비와 생활비로 적어도 몇천 달러 내지 몇만 달러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돈이 쌓여 올 상반기에만 6억3천5백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힘들여 공장을 돌려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판 섬유 수출액과 맞먹는다.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유학·연수 송금액은 약 13억달러(1조5천6백억원 상당)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게 생겼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자랑하는 두뇌한국(BK21)사업 예산(1999년부터 7년 동안 매년 2천억원씩 총 1조4천억원)보다 많다. 외환위기와 경기침체로 1998년부터 송금액이 줄었다가 올해 다시 급증했다.

올들어 6월까지 해외로 나간 유학·연수생은 15만8천9백18명. 국내에선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어 난리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대학 등에서 공부하겠다며 들어온 외국인은 그 20분의 1도 안되는 6천9백34명이다. 국내에서 유학·연수 중인 이들이 상반기에 들여온 돈은 7백50만달러에 그쳤다.

어린 자녀 때문에 엄마는 관광 비자로 몇달 만에 왔다갔다 하고, 국내에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는 휴가 때면 아내와 자식을 찾아 떠난다. 이때 들어가는 여행·생활비나 외국 친지를 통해 보내는 돈까지 합치면 유학·연수부문 적자는 더욱 불어난다.

그래서 교육 시장을 실질적으로 개방해 외국 명문 대학이 한국에 들어와 대학이나 대학원 분교를 열도록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 학비 중 상당 부분을 본국으로 가져가더라도 거기서 배우는 학생의 생활비는 이 땅에 뿌려지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 명문대와 경쟁해야 국내 대학도 자극을 받아 달라질 것이다.

머지않아 새로운 국제 교역질서(도하 라운드)에 따라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이 본격화한다. 이미 한국에 대학은 물론 초등학교 시장까지 열라는 다른 나라의 요구가 나온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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