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경제위기 왜 자꾸 재발하나요 빈부격차 갈수록 심화… 정치불안도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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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밖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당장 버티기 힘들 정도로 지금 중남미 경제가 어려운가요.

지난해 아르헨티나가 국가 빚을 갚지 못해 채무지불정지(디폴트) 상태가 되더니 최근에는 브라질과 우루과이·페루 등도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어요. 국제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 돈(달러)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외채 이자를 대기도 벅찬 상황이 된거죠.

국제자본의 이탈은 브라질에서 먼저 시작됐어요. 남미 최대의 경제국인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주요 파트너인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를 겪자 수출이 줄고 성장률이 뚝 떨어졌어요. 여기에 정치 불안이 가세했지요.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IMF와 국제자본에 비판적인 좌파 후보들이 1~2위를 달리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해진 거죠. 좌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외채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해 돈을 떼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거예요.

브라질이 디폴트 상태가 되면 중남미 경제는 더욱 어려워져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공장을 짓고 기술을 들여오는 데 쓸 외국 자본이 필요한 데 빚을 갚지 못할 나라에 돈을 빌려줄 나라는 없을 테니까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IMF가 브라질을 지원키로 한 거예요.

2.IMF가 아무 조건 없이 브라질을 도와주는 것은 아니겠죠.

물론이에요. IMF는 지원조건으로 2005년까지 브라질의 재정수지(국가가 거둔 세금에서 지출을 뺀 것)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75% 이상이어야 한다고 못박았어요. 최소한 이 정도 흑자는 내야 빌려준 돈의 이자라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브라질의 재정수지는 지난해(GDP의 -4.6%)에 이어 올해(-3.7%)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IMF가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고 볼 수 있죠.

IMF는 또 지원금(3백억달러)의 20%(60억달러)만 대통령 선거 이전에 주고 나머지는 내년에 주겠다고 밝혔어요.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IMF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해야 돈을 풀겠다는 뜻이죠. 선두를 다투고 있는 좌파 대선 후보들은 IMF의 지원계획을 원칙적으로 환영했지만 공식적인 지지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어요. 급한 불을 끄려면 IMF의 돈이 필요하지만 브라질 국민들의 IMF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 선뜻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경제가 나빠져 기업과 소비자의 씀씀이가 움츠러들면 정부라도 돈을 풀어야 하는데,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 매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요.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중남미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것은 IMF의 정책 실패 탓"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3.지난해 아르헨티나가 어려울 때는 IMF가 왜 그냥 방치했나요.

아르헨티나의 금융 위기는 마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 정책은 실패작"이라며 지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을 때 발생했어요. 세계경제(특히 환율) 안정을 목표로 미국이 주도해 만든 IMF는 미국의 입김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요. 미국이 거부하면 지원할 수 없지요.

미국은 사실 아르헨티나 위기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어요. 예상과 달리 중남미 전역으로 위기가 퍼지자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부랴부랴 IMF를 내세워 불끄기에 나선 거예요.

4.중남미의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이유는 뭔가요.

16세기부터 3백여년간 스페인·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중남미는 백인 상류층과 혼혈인 및 원주민 하류층으로 양분돼 있어요. 빈부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심해 상·하류층은 서로를 같은 국민이라 여기지 않을 정도지요. 지난해 아르헨티나 위기 때 상류층이 외국으로 돈을 빼돌리고, 선조들의 고향인 스페인으로 대거 이민을 간 것이 단적인 예죠.

정치 지도자들도 나라의 장래보다는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경향이 강해요. 카를로스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같은 이는 국유기업 매각과 불법 무기판매로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유력한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도자들은 또 고통이 따르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에 이로운 정책보다는 당장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적 정책을 편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경제적으로는 국내 저축률이 낮아 해외자금을 끌어오지 않으면 공장 등을 짓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힘들어요. 주요 수출품인 원유·커피·광물 등의 국제가격의 등락이 워낙 심해 정부가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기 힘든 것도 한가지 이유고요.

이에 반해 칠레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어요. 공무원들의 부패가 거의 없고, 국민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하는 편이거든요. 올해 중남미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서도 칠레는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5.중남미 경제위기의 불똥이 우리에게 튈 가능성은 없나요.

중남미에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이 진출해 휴대전화·가전제품·자동차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어요. 중남미의 수출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6% 정도지만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해 매년 6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어요. 중남미 경제가 나빠지면 수출이 줄어들어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을 거예요. 그러나 미국·중국·일본에 비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거예요. 또 우리 경제가 허약했을 때는 중남미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도 영향을 받아 외국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웠지만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 체질이 튼튼해져 영향이 거의 없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 중남미의 경제가 또 다시 휘청거리고 있어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라질에 3백억달러(약 36조원)를 지원하겠다고 했어요. 미국도 우루과이에 대해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의 지원 계획을 내놨고요. 이에 힘입어 중남미 경제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위태로워요. 중남미 경제가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아보기로 해요.

중남미 경제에 관한 좀 더 상세한 정보는 아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보세요.

▶외교통상부 http://www.mofat.go.kr

▶한국은행 http://www.bok.or.kr

▶KOTRA http://www.kotra.or.kr

▶국제금융센터 http://www.kcif.or.kr

▶대외경제정책연구원 http://www.kiep.go.kr

▶삼성경제연구소 http://www.seri.org

▶라틴비즈니스크로니클 http://www.latinbusi

nesschronicle.com(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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