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지는 장애인 연대회의 "이동권 보장" 1 주일째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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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애인 두 명의 억울한 죽음이 우리를 이곳까지 내몰았습니다"

18일 오전 서울시청 건너편 중구 을지로 금세기빌딩 13층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위원장실.

공휴일이어서 인권위 직원들마저 대부분 출근하지 않은 이곳엔 장애인 10여명만이 불편한 몸을 휠체어와 간이침대에 기댄 채 쉬고 있었다.주변에 나뒹구는 것은 생수통들 뿐 끼니를 때운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는 듯 간간이 낮은 목소리지만 함께 구호를 외치기를 잊지 않았다.

"장애인 추락사 사과 없는 서울시는 각성하라!"서울시는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장애인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와 소속 회원들' 지난 12일 오전 11시부터 인권위원장실을 점거,단식 농성 중이다.

장애인 이동권연대가 출범한 것은 지난 해4월.

같은 해 1월 지하철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수직형 리프트가 추락 사고를 일으켜 박소엽(71여)씨가 숨지고 함께 타고 있던 고재영(71)씨가 중상을 입자 장애인 편의시설촉진 시민연대장애인 실업자연대 등 5개 단체가 구성했던'오이도역 장애인 수직형 리프트 추락참사 대책위원회'가 모태가 됐다.

출범 초기 이들은 서울시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1인 시위장애인과 함께 대중교통수단 이용해보기 등의 활동들을 벌였다.하지만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책임있는 답변을 회피해왔고 장애인 이동권연대는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갔다.

이런 가운데 지난5월 또 한번의 참사가 발생했다. 지하철5호선 발산역에서 장애인 윤재봉(63)씨가 전동 리프트에서 추락해 숨진 것.

이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연대의 활동은'과격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월드컵 개막식이 있었던 지난5월 31일 발산역에서 단체로'장애인도 혼자서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가고 싶다'라는 구호를 외친 데 이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선전전을 시도했다.또 장애인 이동권 제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서울 신임시장마저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이들은 지난 달 29일과 30일 서울시청 구내 식당을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시위에 대해 경찰도 저지 수위를 높여갔다? 장애인 이동권연대의 집회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병력이 투입됐으며? 특히 광화문역사 천막농성 시도 때는 관할 경찰서에서 출동, 몸싸움을 하며 천막을 빼앗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해 서장 퇴진 요구 등을 받기도 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장애인 이동권연대가 농성장소로 택한 곳이 바로 인권위 사무실이다.이들이 밝힌 점거 이유는 인권위 사무실이 시청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우리 나라의 인권 개선을 책임지고 있는 이곳을 점거하는 것이 장애인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리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외부에 장애인 이동권연대의 항의 대상이 위원회로 비춰질까 걱정스럽다?는 인권위 측의 우려 표명에도 점거 농성을 강행하고 있는 朴대표는 지금의 사태는 안전하다고 외다리를 설치해놓고 사람이 떨어져 죽으니까 죽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가 개인의 잘못으로 계속 치부될 경우 얼마나 더 많은 장애인의 죽음이 이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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